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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는 2011년부터 내전에 시달리고 있다. 현(現) 대통령 아버지인 하페즈 알아사드 전(前) 대통령이 1971년 쿠데타로 집권한 이래 50년 넘게 세습 독재가 이어지는 데 대한 저항이다.
지진이 일어난 시리아 북부는 반정부 세력의 핵심 거점이다. 역시 지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 남부도 시리아 난민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내전으로 어려움을 겪던 이 지역은 지진으로 더욱 황폐해졌다. 이번 지진으로 시리아에서만 2000명 이상이 숨졌다. 내전으로 많은 병원이 파괴됐기에 사망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지진으로 집을 잃은 이재민도 300만명에 이른다.
국제사회에선 시리아 정부가 지진을 반군 장악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고 비판한다. 과거에도 친정부 지역이나 단체에만 원조금을 전달하고 일부는 정부에서 빼돌린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시리아 북서부에서 활동하는 비정부기구(NGO)인 몰햄봉사단의 창립자인 아테프 나노우와 “시리아 정권은 정부와 연계된 단체의 인도주의적 지원만 허용한다”며 “우리 조직에 협력하는 사람은 모두 테러리스트로 간주된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독가스 등을 사용해 민간인을 학살한 혐의로 알아사드 정권이 서방세계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현 정부를 통해 이재민을 지원하는 건 제재 명분을 퇴색시킬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찰스 리스터 미국 중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7일 포린폴리시 기고에서 “이미 마련된 알아사드 정권을 거친 인도적 지원에 대한 엄격한 요건을 지키지 않으면 의도치 않게 알아사드 정권을 인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정부는 이미 알아사드 정권을 통한 지원에 선을 긋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전날 “미국은 어떤 나라보다 시리아 국민에게 많은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하겠다”면서도 “12년 동안 자국민을 잔인하게 다룬 정부에 손을 내미는 건 상당히 모순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알아사드 정권을 배제하려고 해도 이재민에게 직접 지원을 제공할 경로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그간 국제사회는 시리아와 튀르키예 국경 지대에 있는 밥 알 하와 검문소를 통해 반정부 세력 통제하에 있는 난민을 제한적으로 지원했지만 이번 지진으로 주변 도로가 파괴되면서 이용이 어려워졌다. 과거엔 검문소 세 곳이 더 운영됐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알아사드 정권 후원국인 러시아 반대로 폐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