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난해 두 번 연속 인상한 후판 가격이 또 한번 오를 전망으로 원가 부담은 더 커질 상황이며, 본격적인 금리 인상 추세에 이자 비용까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올해 수주 목표의 절반을 넘어섰고, 현대중공업(329180)그룹은 목표의 47%, 절반에 가까운 선박 물량을 수주했다. 금액으로 대우조선해양은 5조6773억원 규모이며 현대중공업그룹은 10조1574억원 규모다.
그러나 이 같은 수주 호황에도 업계에서는 올해 조선사들이 4조원이 넘는 손실을 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조선협회는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후판 가격이 톤(t)당 140만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하고, 이를 공사손실충당금에 반영하면 회계상 영업손실이 4조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후판은 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지난해 후판 가격은 상반기에 t당 10만원, 하반기에 40만원이 올라 현재 t당 약 110만~120만원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선박 건조 일정을 맞춰야 하는 조선사가 이번 역시 철강사의 후판 가격 인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후판은 선박 제조원가의 20%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가격 인상은 곧 조선사의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후판 가격이 t당 10만원 오르면 조선사는 30억원의 원가 부담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조선사는 철강사와 달리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원자잿값을 선박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입장이라는 점이다. 이는 조선사가 선수금을 적게 받고 선박을 건조한 후 인도금을 절반 이상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선박 계약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헤비테일 계약의 문제는 또 있다. 선수금 대신 선박을 인도할 때 인도금을 더 많이 받는 구조이다 보니 조선사는 배를 건조할 때 필요한 운영자금 등을 차입금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조선사들은 다른 업종의 기업들에 비해 차입금 비율이 높은 편에 속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현대중공업그룹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총차입금 규모는 5조2123억원이며 대우조선해양의 총차입금 규모는 626억원이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금리가 100bp(1bp=0.01%포인트) 오를 경우 이자 비용이 약 60억원 늘어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고, 대우조선해양은 약 152억원가량 증가할 수 있다고 봤다.
한국신용평가는 이자 비용이 상승하는 부담을 기업이 실적을 개선해 방어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기 위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를 이자비용으로 나눈 지표를 최근 공개했는데 올해 금리가 지난해 대비 100bp오른다고 가정했을 때 조선업의 이자 부담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2~3년 전 수주한 적자 프로젝트 여파에 후판 비용 상승까지 더해 대규모 적자를 냈던 지난해 해당 지표는 -3.2배였고, 올해는 적자 수주를 털어내며 해당 지표가 0.9배까지는 오르겠지만, 주요 산업군 중 이 지표가 1배 이하인 산업군은 조선업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후판 가격 인상이 이어지면 또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금리 인상의 경우 달러강세 효과에 따라 수주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봐야 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