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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에 정착된 현행 직제에 따르면 법무연수원은 7명 이내의 연구위원을 둘 수 있다. 이들 중 4명은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 공무원이나 검사를 보임하고, 나머지 3명은 교수나 외국 법률가 자격을 가진 사람을 임명한다. 즉, 4명의 검사가 연구위원으로 임명될 수 있는 셈이다.
현재 검사 4석은 만석인 상태다. 지난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 직후 단행한 인사에서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 이정수 전 서울중앙지검장, 이정현 전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 심재철 전 서울남부지검장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됐다.
법조계 일각에선 한 장관이 문재인 정부에서 이른바 ‘윤석열 사단’과 대립각을 세우며 승승장구했던 인사들을 배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연구위원 자리를 늘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한다.
지난달 전보된 4명 모두 전임 정부에서 ‘친정권 인사’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특히 이종근 전 서울서부지검장과 정진웅 차장검사의 경우 정원이 부족하자 각각 대구고검과 대전고검으로 발령낸 뒤 파견 형식으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근무시키는 ‘편법’을 동원하기까지 했다. 이들 역시 ‘친문 검사’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자리가 증원됐을 때 이들을 법무연수원으로 정식 발령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법무연수원은 최근 사의를 표한 박은정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의 차기 행선지로도 꼽힌다. 박 지청장은 최근 법무부에 사표를 제출했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입건된 상태인 탓에 사표가 수리될 지는 미지수다. 이정수 연구위원도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피고발인 신분인 탓에 수리되지 않았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사실상 뚜렷한 업무가 없는 자리에 고위직 검사들을 임명하며 세금만 낭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좌천성 부임지로 활용되며 그 의의와 목적이 퇴색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범죄 예방과 대처 방안, 형사 정책, 행형(行刑) 등 중요 법무 정책과 법무부 공무원 교육 훈련, 국제 형사사법 협력 증진에 대한 연구를 담당하는 기능을 한다. 이 같은 업무를 수행하며 정상적으로 보직을 부여 받고 성실하게 일하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일터가 ‘유배지’로 불리고 각인되는 것에 대해 피해 의식까지 생길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사는 서비스직이다. 자의든 타의든 국가 보직에 임명됐으면 성과를 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며 “성과가 없으면 오히려 인원을 감축하는 것이 맞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