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월가, 신중론 VS 낙관론…계속되는 증시 과열 논쟁

방성훈 기자I 2020.06.15 16:34:16

회의론자들, 불확실한 경제회복 경로에 신중모드 일관
"코로나 재확산·백신개발 실패·美대선 등 불확실성 산재"
낙관론도 팽팽…"V자 회복 초기 징후 나타나고 있어"
일부 거물들, 3월후 급등랠리에 회의론→낙관론 전향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월가에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간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주식시장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낙관론과 시장이 실물 경제를 반영하지 못하고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회의론이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최근 다시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 수가 2차 팬데믹(대유행) 우려를 키우면서 논란을 재점화했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주요 기업들을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지난 3월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36% 상승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2시 10분 기준 2.1%포인트 하락한 2960.88을 기록 중이다.

경제활동 재개와 함께 미 전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등 2차 펜대믹 우려가 불거진 탓이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과 언론에선 그동안의 과도한 주가 상승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잇따른다.

회의론자들은 불확실한 경제회복 경로, 코로나19 백신 개발 실패 및 재확산 가능성, 오는 11월 미 대통령 선거 등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헤지펀드 GMO를 설립한 투자전략가 제레미 그랜덤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시장이 일방적인 낙관론 속에 방향을 잃어버린 것 같다”며 “최근 주식 투자 비중을 줄였다”고 밝혔다. 채권왕으로 불리우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의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미 주식시장이 과대평가 돼 있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MFS투자자문사의 롭 알메이다 투자전략가 역시 “현재의 주식시장 랠리는 두려울 정도로 놀랍다.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오는 9월 만료되는 펀드 내 주식 비중을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고 전했다.

독일 보험회사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수석 경제자문은 이날 블룸버그 칼럼을 통해 “최근 증시의 비이성적인 과잉은 경제 전반에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눈에 띌 만큼 괴리된 상태”라며 “이는 개인 투자자들이 감수해야 할 자본 손실 리스크를 잘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랜 기간 중앙은행이 예외적으로 부양해온 자산가격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와 심각한 피해로 이어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CNN은 전날 “월가 파티는 끝났다”며 코로나19가 미국 증시를 끌어올린 극단적인 낙관주의를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낙관론 역시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시장 개입을 낙관론의 근거로 삼기도 했다. 푸르덴셜 파이낸셜의 퀀시 크로스비 시장전략가는 “연준의 대응은 사업주들에게 미 역사상 가장 강력한 안전망을 제공했다”며 “그들은 시장 안정을 위해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며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비관론에서 낙관론으로 돌아선 투자자도 있다. 월가 유명 투자자인 스탠리 드럭켄밀러와 폴 튜더 존스는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시장이 과대평가됐다며 주가 하락을 점쳤다. 하지만 이들은 미 연준과 의회의 재정·통화 정책이 시장을 진정시키는데 성공했다면서 자신들의 예측이 틀렸다는 점을 시인했다. CNBC는 두 사람이 쉽게 생각을 바꾸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했다.

낙관론자들 사이에서도 경제회복 속도와 관련해서는 V자형, L자형, 나이키로고형 등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V자형 반등 기대감이 부쩍 커지는 모양새다.

WSJ의 수석 경제평론가인 그레그 입은 전날 칼럼을 통해 미 경제가 코로나19 이후 ‘V자형’으로 회복하려는 초기 징후가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 경제활동이 4월 바닥을 찍은 뒤 이달 초까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미 경제를 떠받치는 소비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낙관했다.

입은 4월 16.4% 급감했던 소매판매가 5월 7.9% 증가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하며, 직불·신용카드 백화점 거래가 지난 10일까지 최근 한 주 동안 지난해 같은 기간을 웃돌았다는 점, 5월 비농업 일자리가 250만개 증가하고 실업률이 4월 14.7%에서 5월 13.3%로 하락했다는 점 등을 소비 부활의 징조로 꼽았다.

그는 “향후 재정 부양책과 코로나19 재확산 여부 등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경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면서도 L자형 회복은 희박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V자형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경제는 회복 국면이라고 생각한다”며 “침체의 원인은 전형적인 불경기가 아니라 자연재해와 같은 팬데믹이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위기가 지나가고 나면 “V자형 회복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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