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디젤게이트’ 잔혹사…이번엔 벤츠·포르쉐·닛산 대표 고발

이소현 기자I 2020.05.21 17:14:10

디젤차 배출가스 임의조작 혐의..14종 총 4만381대
소비자단체 "소비자 기만해 막대한 경제적 이득 챙겨"
벤츠 "기술적 근거有 안전성 무관..신차 영향 無"
한국닛산 "모든 규정 준수, 임의설정 사용안해"

21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들이 배출가스 관련 프로그램 조작 의혹에 대해 벤츠, 닛산, 포르쉐 법인과 대표자들을 검찰에 고발하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수입차 ‘디젤 게이트’ 악몽이 재현됐다. 2015년 아우디와 폭스바겐에 이어 이번에는 국내 수입차 판매 1위인 메르세데스-벤츠와 포르쉐, 닛산이다.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21일 대기환경보전법,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사기죄 위반 혐의로 벤츠, 닛산, 포르쉐 본사와 한국법인(6개 법인)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여기에 본사와 한국법인 대표자(6인)도 고발 대상에 포함했다. 벤츠에서는 올라 칼레니우스 다임러 AG 대표이사,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대표이사를 닛산에서는 우치다 마코트 닛산 대표이사와 허성중 한국닛산 대표이사를 포르쉐에서는 허버트 디에스 포르쉐 AG 대표이사, 크리스티안 네이터 포르쉐코리아 대표이사가 해당한다.

수입차 3사를 고발한 것은 한국에 수입·판매한 디젤차 일부의 프로그램을 조작해 배출가스 인증을 불법으로 통과한 차량이 실제 도로를 주행하며 인증기준의 최대 13배가 넘는 질소산화물이 배출되도록 했다는 이유다.

또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수입차 3사가 인증시험업무를 집행 중인 환경부 소속 공무원들로 하여금 착오, 착각, 오인, 부지, 의사판단 장애를 일으키도록 해 인증시험을 불법으로 통과시키게 한 것과 소비자들을 기만한 채 자동차를 판매해 경제적인 이득을 취한 것도 문제로 삼았다.

올라 칼레니우스(왼쪽)다임러 AG 대표이사,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이사(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수입차 3사는 질소산화물 기준치 최고 13배 초과하는 디젤차 14종 총 4만381대를 판매해 벤츠는 7510억원, 닛산이 161억원, 포르쉐는 168억원 총 7839억원을 얻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배출가스 기준을 설정하고 있는 것은 대기오염으로 인한 국민건강이나 환경에 관한 위해를 예방하고 대기환경을 적정하고 지속가능하게 관리·보전해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피고발인들은 사실을 은폐 은닉한 채 우리나라의 법률과 제도를 무시하고 반복적이며 계속 국민의 건강과 자연환경을 훼손하며 배출가스 조작을 통해 자신들의 수익만을 얻으며 자동차를 판매하는 비윤리적인 범죄행태를 보여 왔다”며 “검찰은 이들에 대해 철저한 수사로 엄히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벤츠·닛산·포르쉐, 자동차 배출가스 불법 조작

자동차의 배출가스와 관련해 대기환경보전법(제48조 제1항)에 따라 자동차 제작자가 미리 환경부장관으로부터 그 자동차의 배출가스가 배출가스 보증기간에 제작차 배출허용기준에 맞게 유지될 수 있다는 인증을 받아야한다. 우리나라는 유럽의 자동차 배출기준 강화 단계로서 1992년 유로1이 도입된 이후 2014년 현재 기준(0.08g/km)인 유로6으로 강화해 시행하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에 반해 벤츠는 2012년부터 2018년 사이에 생산한 12종 3만7154대에 대한 국내 판매를 위해 환경부에 배출가스와 관련한 인증시험을 받으며 자동차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각 자동차에 대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인증시험 통과했다고 지적했다. 배출가스 인증을 불법으로 통과한 벤츠 차량에서 배출가스 실내인증기준인 0.08g/㎞의 최고 13배인 1.099(g/㎞)가 배출됐다.

이와 관련 벤츠코리아는 “이번 사안에 대한 환경부의 발표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입장으로 추후 불복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며 “이번에 문제가 제기된 기능을 사용한 데에는 정당한 기술적·법적 근거가 있다”고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2018년 5월에 모두 생산 중단된 유로 6 배출가스 기준 차량만 해당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현재 판매 중인 신차에는 영향이 없다”며 “2018년 11월에 이미 일부 차량에 대해 자발적 결함시정(리콜) 계획서를 제출한 바 있으며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고 또 이번 사안은 차량 안전성과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벤츠, 닛산, 포르쉐 불법조작 차량 상세내역(자료=소비자주권시민회의)
닛산과 포르쉐의 디젤차 불법조작은 환경부가 이미 불법조작으로 적발한 유로6 차량과 동일한 제어로직이 적용된 유로5 차량까지 확대 조사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확인됐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닛산과 포르쉐의 반복적이며 계속적인 배출가스 불법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회사는 과징금을 내고 리콜해 부분을 개선한 이후 취소된 인증을 다시 받아 판매하고 있음에도 같은 불법행위를 계속 반복해 저지르고 있다는 것.

닛산은 캐시카이가 2016년 5월에도 실제 주행조건에서 EGR 작동 중단 등 배출가스 조작으로 환경부에 의해 적발됐고, 포르세도 모기업인 아우디 폭스바겐이 2015년 11월, 2018년 4월(2건), 2019년 8월에 각각 배출가스 조작으로 환경부에 적발돼 각각 인증취소, 리콜 명령, 과징금부과, 형사고발 등을 당했다.

이와 관련 한국닛산 관계자는 “한국닛산은 소중한 고객과 딜러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고, 실 주행에서의 질소산화물 배출과 관련해 한국 정부와 긴밀하고 투명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닛산은 최초 판매 시에 적용했던 모든 규정을 준수했고, 닛산 캐시카이 유로 5 모델에 임의설정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닛산은 친환경 분야의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해당 건에 대해 환경부와 추가 논의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포르쉐코리아 관계자는 “환경부 발표 등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의제기 등 여부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6일 벤츠코리아, 한국닛산, 포르쉐코리아 등이 2012~2018년 국내 판매한 디젤차 14종 4만381대에서 불법조작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 7일 해당 재품에 대한 인증을 취소하고, 각사에 결함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와 함께 형사고발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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