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국내 거주 외국인 200만명 시대를 맞아 은행권이 외국인 고객 잡기에 나섰다. 내국인 대상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 외국인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외국인 대상 영업이 외국인 근로자 중심이었다면 점차 전문직 고소득층, 투자자 등으로 세분화하고 이에 맞는 특화서비스를 제공하는 추세다.
외국인 고객을 잡아라…영업대상도 세분화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외국인 고객 수는 지난해 말 기준 78만2000명으로 전년대비 4만3000명 가량 늘었다. 신한은행의 외국인 고객 수 역시 지난 2015년 말 55만명 수준이었지만 올해 3월 60만명을 돌파했다.
국내 은행이 외국인 대상 영업을 강화하면서 외국인 고객 수도 늘고 있다. 그동안에도 일요일에 문을 여는 외국인 특화점포 등을 운영하긴 했지만 작년부터 아예 전담조직을 속속 신설해 심도 있고 세분화한 영업전략 수립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작년 초에 ‘외국인 고객부’를,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외국인 영업부’를 만들었다. 이들 부서는 외국인 대상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관련 상품 개발, 전담 영업인력 양성 등을 맡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 외국인투자사업부를 신설해 외국인의 국내 투자에 필요한 각종 금융지원 업무를 강화했다.
국내 대부분의 은행이 원곡동이나 대림동, 혜화동 등 외국인 근로자가 모여 거주하는 지역에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특화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이 16개점으로 가장 많고 우리은행은 10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4개, 2개다.
특히 중국인 거주자나 관광객이 급증한 만큼 중국인 전용 창구를 설치하는 추세다. 우리은행은 최근 구로동과 구로본동 등에도 중국고객 데스크를 설치해 총 5곳으로 늘렸고 신한은행도 대림동과 제주중앙금융센터에 중국인 창구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 중국 원어민 직원을 배치해 상담을 비롯 각종 은행업무를 무리 없이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국내 산업단지나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 외에 VIP 고객을 위한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서울 중구 소공로 본점을 비롯해 서울스퀘어, 한남동, 삼성타운, 삼성반도체, 판교테크노밸리 등 주로 대기업이나 연구소, 외교사절 등이 몰려 있는 지역에 8개의 전문직 외국인을 위한 글로벌 데스크를 만들었다. KEB하나은행은 매년 외국인 VIP 고객을 초청해 템플스테이나 DMZ 자전거투어 등의 이벤트를 실시한다.
한국에 투자하는 큰 손 외국인도 공략 대상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 제주도에 신한제주FDI 센터를 만들어 제주 투자를 원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금융서비스에 나섰다. 신한은행의 FDI센터는 총 15개다. KB국민은행도 본점에 외국인 직접투자 관련 상담팀을 운영 중이다. 외국인 직접 투자, 투자 이민, 부동산 투자, 자산관리 등에 대한 종합 컨설팅을 제공한다.
다국어 서비스는 기본…SNS 통한 홍보에도 적극
디지털뱅킹이 일반화된 만큼 외국인 고객 전용 모바일앱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1월 외국인 전용 비대면 플랫폼인 ‘글로벌S뱅크’를 출시했다. 총 11개 국어로 이용할 수 있다. KEB하나은행 역시 14개 외국어로 가능한 모바일뱅킹 ‘하나 1Q뱅크 글로벌’을, 우리은행은 이미 지난 2013년 8개국어로 서비스하는 우리글로벌뱅킹을 선보였다.
외국인의 가장 큰 수요인 송금서비스에 신경을 쓰고 있다. 신한은행은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국가별 해외 송금 서비스를 모바일로 개발했고 KEB하나은행은 ‘easy-one 외화송금서비스’를 통해 입금만 하면 본국에 자동을 송금되는 특화 서비스를 내놨다. 우리은행은 모바일을 통해 24시간 365일 송금할 수 있는 ‘머니그램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대면 소통 채널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모바일 메신저인 위비톡에서 10개국어로 가능한 ‘실시간 외국어 대화번역 서비스’를 선보였고, 신한은행은 4개국어로 페이스북을 운영 중이다. KEB하나은행 역시 영문 페이스북을 통해 은행상품과 서비스를 알리고 소통하고 있다.
외국인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도 강화하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은 올해부터 외국인 고객패널단을 운영하기로 하고 국내 거주 외국인 12명을 선발해 발대식을 가졌다.
계속 늘어나는 외국인…새로운 수익원
이처럼 국내 은행이 외국인 공략에 나선 것은 갈수록 시장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작년 6월 말 기준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외국인 수가 200만1828을 기록했다. 2007년 100만명을 돌파한 이래 9년 만에 20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국내 거주 외국인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제 결혼에 대한 인식개선으로 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이주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고 유학 오는 외국인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내국인 상대로는 뺏고 빼앗기는 시장이라면 외국인은 새로운 수요가 계속 생기는 시장인 셈이다.
외국인 투자도 증가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신고 기준으로 213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최대 기록인 209억1000만달러를 웃돌았다. 특히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이 늘어나는 추세다. KB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외국인의 토지보유 면적은 232.2㎦로 2011년에 비해 24% 증가했다. 중국인의 토지보유 면적은 작년 말 13.2㎦로 5년 새 360% 급증했다.
은행권 수익성 다변화를 위해서도 외국인 고객 유치는 필요하다. 외국인 고객은 기본적으로 송금을 해야하기 때문에 단골 고객으로 확보하면 수수료 수익 확대로 이어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인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새로운 시장, 새로운 수익원이 되고 있다”며 “은행권 해외 진출이 활발한데 한국에서 고객이었던 이들이 고국으로 돌아가면 현지에서도 계속 고객으로 남을 수 있고 현지 가족이나 친지 등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