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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하반기 금리 정상화 관측
물가 급등 시 유동성을 줄여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은 연준을 비롯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가장 큰 임무 중 하나다. 만약 내년에 물가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경우 연준 역시 조기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 시장에선 연준이 빨라야 내년 6월, 본격적인 금리 정상화는 내년 하반기에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연준이 돈줄을 옥죄기 시작하면 월가 투자은행들은 통상 세계 각국에 투자한 자산 비중을 축소 재조정한다. 이 과정에서 신흥국에 투입한 자본을 우선적으로 회수하는 경향이 짙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 대응에 더해 자본 이탈을 막기 위해 연준보다 더 빨리 혹은 더 가파르게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실정이다. 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본격 시행을 앞두고 수많은 국가에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코로나19 감염 및 인플레이션 추이 등 상황이 국가별로 다르다는 점에서 금리 인상 시기와 폭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미국 외 최대 선진 경제권인 유럽은 긴축에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치솟는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불구, 지난주 비둘파적인 행보를 재확인했다. 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유럽은행회의에서 “내년에 금리인상 조건이 충족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거듭 강조하며 “조기 긴축을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호주 등 긴축 본격화
반면 영국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돈줄 조이기에 시동을 걸고 있다. 영란은행(BOE)은 지난 4일 통화정책위원회(MP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현재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향후 몇 달 안에 사상 최저치인 현재의 기준금리(0.10%)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2018년 8월 이후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호주 역시 예정보다 기준금리를 일찍 인상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지난 2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2024년 4월까지 유지하기로 했던 ‘수익률 곡선 제어(YCC)’ 정책을 전격 철회한다고 선언했다.
호주는 국채 3년물 금리를 0.1%로 설정하고 금리가 이보다 오르려 할 때 대규모로 국채를 사들여 금리를 눌러 왔다. 코로나19에 타격을 입은 기업들에 은행이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급등하자 더이상 돈풀기로 금리를 조절해선 안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지난달 27일 돌연 양적완화(QE) 차원에서 매주 20억 캐나다 달러 규모로 사들이던 채권 매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준금리 인상 시기도 앞당기겠다고 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8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는 등 인플레이선 우려가 커진 탓이다. 시장은 당초 채권 매입 종료 시점을 12월로 예상했었다.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 전망
이미 기준금리를 인상한 곳도 상당하다. 체코 중앙은행은 지난 4일 기준금리를 종전 1.5%에서 2.75%로 단번에 1.25%포인트 인상했다. 단번에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조처로 추가 인상도 검토할 것이라고 은행은 설명했다. 체코는 올해 들어서만 4차례 금리를 올렸다.
비둘기적 성향이 강한 폴란드 중앙은행도 치솟는 물가에 지난달 6일 기준금리를 0.1%에서 0.5%로 올린 데 이어 한 달 만인 지난 4일 기준금리를 1.25%로 또다시 인상했다. 노르웨이와 뉴질랜드는 집값 폭등세를 잡겠다며 9월과 10월 각각 금리 인상에 나섰다. 노르웨이는 12월에도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이외에도 브라질·러시아·헝가리가 올 들어 6차례, 멕시코·페루가 각각 4차례 금리를 올렸으며, 지난달부터는 칠레·콜롬비아 등도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올린 한국은행도 오는 25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또 한 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