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코 접고 906명 매머드급 ‘한국방송미디어통신진흥원’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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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기자I 2026.03.12 12:01:02

방미통위, 시청자미디어재단 통폐합에
KAIT·KISA·KCA 일부 기능 이관 추진
방송진흥·광고·이용자보호 한곳으로
2027년 출범 목표, 법 개정 필요
정책 집행력 기대 속 일부선 “가기 싫다”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위원장 김종철)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을 통폐합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유관기관의 일부 기능까지 흡수한 초대형 진흥조직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전체 인력만 906명에 이르는 매머드급 조직으로, 방송진흥과 광고, 이용자보호, 공정경쟁 기능을 한데 묶어 정책 집행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 사진=뉴스1
12일 업계에 따르면 방미통위는 ‘가칭 한국방송미디어통신진흥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시청자미디어재단과 코바코를 사실상 해산·통합하고,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한국전파진흥협회(RAPA) 등 유관기관의 관련 기능과 인력을 선별 이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새 조직은 8본부 6단 규모로 준비되고 있다. 전체 인원은 906명이다. 시청자미디어재단 275명, 코바코 및 자회사 프라임파트너스 425명, 유관기관 이관 인력 206명을 합치는 구조다. 방송·미디어 진흥, 방송광고, 시청자 권익, 통신 이용자 보호, 조사·통계, 국제협력 기능을 단일 기관 아래 모으는 게 핵심이다.

정책은 방미통위, 집행은 타 부처…비틀린 구조 손본다

이번 구상에는 방미통위가 정책뿐 아니라 집행 조직까지 직접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조직 개편으로 방송·미디어 진흥 업무는 과기정통부에서 방미통위로 넘어왔지만, 실제 사업 수행은 여전히 과기정통부 산하 기관들이 나눠 맡아 왔다. 정책은 방미통위가 세우고 집행은 타 부처 산하기관이 맡는 구조가 이어지면서 책임성과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특히 KAIT 인력 이관은 상징성이 크다. 방미통위는 KAIT 내 사업현안분석, 정보통신사업, AI·데이터전략, 이용자 권익보호 등 관련 기능을 포함해 30명 안팎의 인력 이관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과기정통부는 KAIT를 상대로 조직·인력 현황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관가 안팎에서는 이번 통합론이 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내에서 방미통위 소관 업무를 전담할 별도 진흥기관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는 것이다.

광고·미디어·이용자보호까지…흩어진 기능 한곳에

방미통위가 내세우는 명분은 분명하다. 흩어진 기능을 한데 모아 중복 사업을 줄이고, 정책 추진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현재 조사·통계, OTT 지원, 미디어 교육, 이용자 보호, 공정경쟁 관련 사업은 여러 기관이 나눠 맡고 있다. 실제 방송시장 조사, 미디어 이용행태 분석, 방송·OTT 지원, 이용자 피해 대응 업무는 KAIT, KCA, KISA, RAPA 등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다. 방미통위는 이를 단일 조직으로 묶어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새 진흥원은 단순한 통폐합 조직에 그치지 않는다. 코바코가 맡아온 방송광고 판매대행과 공익광고 기능, 시청자미디어재단의 미디어 교육·권익 증진 기능에 더해 온라인 이용자 보호, 통신 분쟁조정 지원, 플랫폼 공정경쟁 지원 기능까지 포괄할 예정이다. 여기에 방송미디어 인공지능 전환(AX)을 전담할 ‘AX 선도단’을 별도로 둬 AI 데이터 구축, AI 융합 인재 양성, AI 기반 피해 대응, 윤리·제도 정비까지 총괄하는 방안도 담겼다.

유료방송업계에서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미디어 산업 진흥 정책이 수년째 정체된 상황에서 전담 기관을 통해 정책 집행 창구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방송·미디어 진흥 기능이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어 정책 동력이 약했던 게 사실”이라며 “진흥원이 출범하면 적어도 사업 추진 창구는 명확해질 수 있다. 좋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법 개정부터 인력 반발까지…출범까진 진통 불가피

하지만 넘어야 할 벽도 적지 않다. 우선 법 개정이 필수다. 법 개정에는 김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에 한국방송미디어통신진흥원 설립 근거를 신설하고, 시청자미디어재단과 코바코의 기존 설치 근거는 삭제해야 한다. 가칭 ‘한국방송미디어통신진흥원’의 설립 목표 시점은 2027년 1월 1일이다. 입법이 지연되면 전체 일정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코바코의 법적 성격도 변수다. 코바코는 정부가 자본금을 100% 보유한 공사다. 이를 출연기관 성격의 새 진흥원으로 통합하려면 자산·채무·권리의무 승계는 물론 기존 재산 처리 문제까지 정교하게 손봐야 한다.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법률, 재정, 공공기관 운영 체계를 함께 건드리는 작업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력 재배치 과정의 진통도 예상된다. 선별 이관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미묘한 기류가 감지된다. 특히 일부 기관 직원들 사이에서는 “왜 우리 조직이 빠져야 하느냐”거나 “새 기관으로 가고 싶지 않다”는 반응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 집행력 강화라는 대의와는 별개로, 실제 현장에서는 조직 해체와 이동에 대한 불안감이 적지 않은 셈이다.

이번 구상은 방미통위가 숙원으로 여겨온 자체 산하기관 확보를 넘어, 방송·광고·이용자 보호 전반의 정책 집행 체계를 방미통위 중심으로 다시 짜겠다는 승부수로 읽힌다. 산하기관이 사실상 없었던 방미통위가 코바코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은 물론 과기정통부 산하 기관 일부 기능까지 끌어와 최대 규모 진흥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만 법 개정, 자산 승계, 인력 이관, 기존 기관 반발이라는 복합 변수를 넘어야 하는 만큼 실제 출범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906명 매머드 진흥원’ 구상이 방송·미디어 정책 일원화의 전환점이 될지, 또 다른 공공기관 재편 논란으로 번질지는 향후 입법과 조율 과정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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