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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일만큼 꼬였다”…미·중 정상회의 무산론까지 나오는 이유

이명철 기자I 2025.04.02 15:59:14

SCMP “정상회담 논의 ‘연막’일 뿐, 희망 어두워져”
관세 전쟁부터 지정학 분쟁, 대만·티벳까지 모두 갈등
상호관세 후 관계 악화 가능성 “中, 일단 지켜볼 것”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 당분간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보편 관세를 부과했고 조만간 전세계 대상 상호관세를 예고해 중국 부담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민감한 부분인 대만과 홍콩, 티베트 등의 문제를 두고 부딪히면서 양국 정상 만남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시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을 위해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AFP)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관측통을 인용해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도발 움직임과 관세 전쟁으로 중국과의 긴장을 고조시켜 양국 지도자간 정상회담 희망이 어두워지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비공식 특사로 베이징을 방문한 스티브 데인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올해말까지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푸단대 국제학연구소 소장이자 미국학센터 소장인 우신보는 SCMP에 “소용돌이치는 양국 간 긴장을 볼 때 정상회담 논의는 단순히 ‘연막’일 뿐이다. 이미 논의 중인 사안이 아니고 초기 단계”라며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시 주석과 전화 통화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월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양국이 조율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정상회담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이유는 최근 양국 관계가 더 악화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후 중국산 제품에 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에 수출·투자를 제한하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내놨다. 중국도 이에 반발해 미국산 제품에 최대 1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기업들을 줄줄이 제재 대상에 올렸다.

중국 외교부는 “어떤 전쟁이든 끝까지 싸울 준비가 됐다”고 강경한 발언을 내놨고 미국 국방부측도 “전쟁 준비가 됐다”고 대응하는 등 감정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주 아시아를 순방하며 중국을 겨냥해 일본과 필리핀의 억지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은 기름을 부었다. 일본·필리핀은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국가다. 중국측은 이를 두고 “도발적”이라며 반발했다.

미국은 중국의 가장 예민한 대만 문제도 건드리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국무부 홈페이지에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삭제했는데 이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된 행위라며 중국의 반발을 샀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 지난 1일부터 대만 주변 해역과 영공에서 대만을 포위하는 대규모 훈련을 실시 중이다. 그러면서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분열 세력에 대한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쉬인홍 인민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대만과 중국 이웃 국가들의 해양 분쟁에 대한 헤그세스 장관의 거친 발언은 중국과 미국간 관계가 급속히 악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중국 행동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필리핀에 미사일 시스템, 군대 등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특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스티브 데인스(왼쪽) 미국 상원의원 지난달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리창 국무원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AFP)


최근 미국 국무부는 중국과 홍콩 당국이 해외 민주화 운동가를 괴롭혔다며 중국·홍콩 관리 6명을 제재했으며,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중국 공산당은 오랫동안 미국 외교관·언론인 등이 티베트 지역에 접근하는 것을 막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제재가 ‘비열한 간섭’이라고 비난하고 “단호한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을 둘러싼 다방면에서 미국과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양국 관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이라고 부르는 2일 상호관세 발표 후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이 이미 중국에 보편 관세를 부과한 상황에서 상호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경우 중국의 반발로 갈등 심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우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주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이 보복할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양국 관계가 하향 곡선으로 더 깊이 빠져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이 시간을 두고 미국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만큼 정상회담이 빨리 열릴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도 있다.

상하이의 국제관계학 교수 셴 딩리는 “중국은 트럼프의 공화당이 미 의회를 계속 장악하지 못할 경우 중간선거 이후 상황이 바뀔 수 있어 2년 동안 버틸 수 있다”며 “어떤 의미에서 올해는 정상회의가 급히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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