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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성능 경험 시대…‘맨해튼 모멘트’ 도래
이 상무는 “현재 자율주행 산업이 기술 개발을 넘어 실제 고객이 성능을 경험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며 ‘맨해튼 모멘트’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중국 신차 20대 가운데 12대가 레벨2 이상 자율주행 기능을 기본 탑재하고, 이 가운데 3대가 레벨2++ 수준이라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제 자율주행 기술의 차별화 요소가 어떤 모델을 개발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학습에 활용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가 주목하는 것은 데이터의 ‘양’만이 아니다. 이 상무는 “700만대 이상의 차량에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고 전제하더라도 모든 데이터를 무작정 가져와 처리하는 방식은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저장장치와 GPU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실제 모델에 필요한 양질의 데이터를 선별하는 ‘큐레이션’ 과정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수집한 데이터를 곧바로 학습에 투입하는 것도 아니다. 현대차는 확보한 주행 데이터를 3차원으로 재구성해 다양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이를 시뮬레이션에서 반복 검증하는 방식까지 데이터 플라이휠에 포함한다.
예컨대 교차로에서 보행자가 무단횡단하는 실제 데이터를 확보했다면 이를 3D 환경으로 재구성한 뒤 비·눈·야간 등 다양한 조건과 보행자 수 변화를 추가해 모델 성능을 검증할 수 있다. 실제 도로에서 모든 위험 상황을 반복 경험하기엔 시간과 비용의 한계가 있지만, 하나의 사례를 3D 가상환경으로 전환하면 수많은 변형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데이터 활용도를 크게 높이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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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특히 차별화하는 부분은 데이터 운영 방식이다. 이 상무는 이를 ‘팔로우 더 선(Follow the Sun)’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낮 동안 데이터를 수집하고 문제를 분석한 뒤, 한국의 밤 시간에는 해가 떠 있는 미국으로 업무를 넘기는 방식이다. 미국 엔지니어들은 한국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글로벌 큐에서 받아 처리하고 다시 데이터를 수집한다. 결국 한국과 미국이 하나의 글로벌 엔지니어링 조직처럼 움직이면서 문제 발견과 해결, 모델 개선이 동시에 계속되는 구조다. 이 상무는 “문제 자체가 24시간 수집되고 24시간 해결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슈가 발생한 뒤 원인을 찾아내는 ‘루트 커즈(Root Cause)’ 분석 단계가 전체 사이클의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문제 발견과 해결책 반영은 상당 부분 자동화할 수 있지만,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는 과정에는 숙련된 엔지니어의 경험과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를 관리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이슈 트리아지 센터’를 운영하며 문제 해결 현황을 대시보드로 관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현대차·기아와 포티투닷, 모셔널 등이 데이터를 연결·활용하는 ‘데이터 유니언(Data Union)’ 체계를 구축해 플라이휠 구조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민우 현대차·기아 첨단차플랫폼(AVP)본부장도 지난 6월 데이터 확보와 활용, 제품 전환 속도가 자율주행 경쟁의 핵심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플라이휠 효율 높아지면 車 운영 비용 낮춘다
이 상무는 플라이휠의 효율이 높아지면 사고와 보험,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낮출 수 있고, 이는 서비스 가격 하락과 이용 확대, 데이터 증가로 이어지는 또 다른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효과는 운전자가 사라지는 로보택시에서 더욱 커질 수 있다. 단순히 운행비가 낮아지는 데 그치지 않고, 주행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사고 가능성을 낮추고 운행 경로와 차량 운영을 최적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상무는 앞으로 자동차 구매 기준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까지 소비자는 디자인과 성능, 안전성, 편의사양 등 하드웨어 중심으로 차량을 선택했지만, 앞으로는 어떤 수준의 데이터 플라이휠이 적용돼 어떤 경험을 제공하는지도 구매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완성차업체 간 경쟁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는 부품 공동개발이나 하드웨어 공동구매처럼 제조 영역 중심의 협력이 이뤄졌지만, 향후에는 주행 데이터를 공유하고 AI 모델을 고도화하기 위한 ‘데이터 얼라이언스’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데이터 확보량과 학습 효율이 곧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만큼, 개별 완성차업체가 홀로 데이터를 확보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