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8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탈레반은 아프간의 관문인 카불 국제공항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저지하기 시작했다. 앞서 정치보복 우려로 탈출하려는 이들을 막지 않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내국인의 탈출을 방해하는 것이다.
현재 카불 공항은 미군 약 4500명이 통제하고 있지만, 공항 터미널로 통하는 모든 도로가 탈레반의 통제 하에 있다. 탈레반은 여행 서류가 없는 아프간인들이 공항에 도착하면 다시 돌려보내고 있다. 유효한 서류가 있더라도 탈레반 조직원들이 글을 읽을 수 없어 소용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反)탈레반 시위대에도 강경 진압을 이어가고 있다. 아프간 동부 도시 잘랄라바드에서 탈레반의 총격으로 시위대 3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시위대가 탈레반에 반대하며 아프간 정부 깃발을 광장에 설치하려 하자 이를 저지하던 중 총격이 벌어졌다. “포용성과 평화를 원한다”며 “이전 시대의 잔혹한 통치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전날 발표가 무색한 모습이다.
|
특히 여성들의 공포가 극심하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집권 후 첫 기자회견인 지난 16일 여성들이 전신을 덮는 부르카 대신 얼굴과 모발을 가리는 히잡을 착용하는 것도 허용할뿐 아니라, 여성들도 대학교육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불과 하루만에 타하르 지역에선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한 한 여성이 탈레반 총격에 숨졌다.
탈레반 고위급 인사인 와히둘라 하시미는 18일 로이터통신에 “여성의 역할과 여학생 등교 여부 등은 이슬람 율법 학자가 정할 것”이라며 앞서 밝힌 전향적 입장에서 한 발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타 지역에서 살다 아프간에서 탈출하기 위해 국제공항이 있는 카불로 이동해 온 제브 하니파(가명)는 BBC에 “의사와 교사로 일하는 친구들도 아프간을 떠나려 한다”며 “우리 모두는 일을 할 수 없게 되고, 탈레반 조직원과 결혼해 아이를 낳는 끔찍한 시나리오를 계속 상상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돈이 떨어져 가지만 집으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전 세계 언론이 카불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여기 있는 것이 최악의 경우 중 가장 나은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
탈레반의 공포정치가 현실화하며 아프간을 떠나려는 내국인들이 많아지자 유럽 내 주요국들도 긴장하고 있다. 앞서 시리아와 이라크 등에서 난민이 130만명 넘게 몰려든 2015년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당시 시리아 난민의 주요 경로가 된 오스트리아는 강경한 난민 반대파로 돌아섰다. 이번에는 절대 아프간 난민을 받지 않겠다고 주장하면서다. 카를 네함머 오스트리아 내무장관은 “아프간인들이 오스트리아에 올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난민 센터는 아프간 인근 지역에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스도 “또다시 난민 관문이 되지 않을 것”이라 선언했다.
아프간 난민 위기를 계기로 유럽 내 극우 세력이 득세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아프간 난민들이 도착하자 극우성향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반이민 정당을 표방하며 크게 인기를 얻었다 시들해진 AfD가 다시 정치권에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