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합격자 발표 앞두고 술렁이는 법학계…“합격률 높여야” vs “사시 부활”

신하영 기자I 2019.03.19 15:58:12

로스쿨 원장·졸업생 등 “합격률 높여라” 자격시험 전환 요구
사법시험준비준비생 모임 “로스쿨 폐지, 예비시험 도입해야”
내달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 합격률 48%로 또 하락할 듯

전국 25개 로스쿨 학생들로 구성된 전국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이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열린 ‘전국법학전문대학원 총궐기대회’에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육 정상화,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 등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지난 1월 치러진 제8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법학계가 술렁이고 있다. 올해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48% 이하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원장들과 졸업생·재학생들은 선발시험인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로스쿨 제도 폐지와 사법시험 부활·예비시험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 로스쿨 원우협 “변시, 자격시험 전환” 촉구

로스쿨 졸업생·재학생으로 구성된 법학전문대학원원우협의회는 19일 성명서를 내고 “변호사시험은 로스쿨 교육을 충실히 이수한 자가 무난히 합격할 수 있는 자격시험으로 설계됐다”며 “법무부는 원래의 취지대로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운영하라”고 촉구했다. 로스쿨이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을 내걸고 도입된 만큼 변호사시험(변시)도 자격시험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법무부는 2012년 1회 변시를 앞두고 2011년 6월에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변호사시험을 로스쿨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자격시험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약속과 달리 법무부는 올해 치러진 8회 변시까지 선발시험을 유지하고 있다. 변시 합격률은 1회 때와 마찬가지로 로스쿨 입학정원(2000명) 대비 75%로 못 박고 최근까지 1500~1600명만 선발한 것. 변시는 로스쿨 졸업 후 5회까지 볼 수 있어 매년 응시자 수가 누적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변시 합격률은 2015년 4회 시험에서 60%대로 내려앉은 뒤 △5회 55.2% △6회 51.5%에 이어 지난해 7회 시험에서는 49.35%로 50%대가 깨졌다.

◇ 로스쿨원장들 “변시 업무 교육부로 이관해야”

로스쿨 원장들은 졸업생 절반 이상이 변호사 자격을 얻지 못하면서 법학교육 자체가 붕괴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2009년 로스쿨 개원 당시 내세웠던 특성화 교육도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학생들이 변시 합격에만 목매면서 점차 학원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들의 협의체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전날인 18일 성명서를 통해 “법무부가 변시 합격자 수를 지나치게 통제하고 있어 로스쿨 학생들은 변호사시험에만 매몰되고 있다”며 “법무부는 더 이상 법학교육이 파행되지 않도록 책임을 통감하고 조속히 이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로스쿨 입학부터 변시 합격자 결정까지 모든 업무를 교육부로 이관하라는 주장도 폈다. 지금은 로스쿨 설치·인가·평가는 교육부가, 변시 합격인원은 법무부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가 결정권을 갖고 있다. 이들은 “법무부가 끝까지 지금처럼 낮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유지하려 한다면 로스쿨 입학부터 변시 합격자 결정까지의 모든 업무를 교육부로 이관해야 한다”며 “로스쿨 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으로 운영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19일 반박 성명을 발표하고 맞불을 놨다. 이들은 “법학교육이 붕괴되는 가장 큰 원인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아니라 로스쿨 교육과정의 질이 낮다는 점 때문”이라며 “현행 로스쿨 제도를 폐지하고 새로운 법조인력양성제도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사법시험 부활, 예비시험 도입” 주장도

로스쿨 도입에 따라 2017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 사법시험은 2017년 12월 폐지됐다. 이에 따라 2016년 사법연수원에 입학한 109명이 2년간의 교육을 받고 올해 변호사로 배출된다. 내년에는 이 숫자가 55명으로 줄어든다. 이들은 사법시험을 부활시키거나 로스쿨을 거치지 않아도 변시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예비시험 도입을 주장한다.

이들은 “로스쿨 재학생들이 사교육으로 몰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로스쿨 교육과정의 질이 낮기 때문”이라며 “로스쿨을 나오지 않더라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사법시험 부활이나 예비시험 도입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지난 1월 8~12일 치러진 8회 변호사시험의 합격자를 다음달 26일께 발표한다. 변시 합격인원은 법무부 산하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관리위)가 결정한다. 법학계에선 관리위가 8회 변시 합격인원도 예년과 같이 1500~1600명 선에서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관리위원 중 절반가량이 판사와 검사, 변호사, 법무부 고위공무원 등 변호사단체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도 변시 합격률이 1600명으로 결정될 경우 응시자(3330명)대비 합격률은 48%로 하락할 전망이다.

연도별 변호사시험 응시·합격 현황(자료: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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