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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소장과 이석태·이은애 재판관은 21일 오후 3시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헌재로 이동해 오후 4시 취임식을 가졌다.
유 소장은 취임사에서 “무엇보다 재판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재판에 대한 신뢰의 초석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기엔 예외가 없다. 정치적 사법기관이라 불리는 헌재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건 접수에서부터 결정 선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절차에서, 그리고 그에 관여하는 구성원 모두가, 중립성을 유지해 외형적으로나 실질적으로 흔들림 없는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헌법 원리와 원칙이 변화하는 사회 현실과 시대정신을 충분히 수용해 미래의 길잡이가 되게 해야 한다. 변화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국민의 법의식, 가치 인식과 소망이, 어디를 지향하는지 살피고 한다”고 밝혔다.
이석태 재판관은 취임사에서 “사회적 갈등과 이념적 대립이 첨예한 분야에서 중립성과 균형감을 잃지 않고 갈등을 치유하며 헌법 정신과 화합의 가치를 추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개별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서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자세를 유지하고 견고한 인권 의식을 바탕으로 국민 기본권이 실질적이고 폭넓게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인간으로서 존엄을 보장받고 자유와 평등의 가치가 현실 속에서 구체적으로 작동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은애 재판관은 취임사에서 “기본권 보장의 최후의 보루인 헌법재판소에서만큼은 억울한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것”아라고 다짐했다.
이어 “국민 편에 서서 국가권력의 남용을 견제하고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에 더욱 세심히 귀 기울여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정의와 가치가 사회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회의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헌법질서를 구현함과 동시에 변화하는 시대상황 속에서 균형 잡힌 시각으로 다양한 가치와 이해관계를 조율해 진정한 사회 통합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유 소장과 두 재판관의 취임에도 불구하고 헌재는 현재 재판관 3명이 공석이다. 앞서 여야는 합의 결과에 따라 국회 지명 몫 재판관 3명에 대해 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이 각각 1명씩의 후보자를 추천했다.
이후 각 교섭단체가 추천한 김기영·이영진·이종석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까지 마치고 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위한 국회 본회의 표결만 남겨두고 있다.
여야는 당초 20일 본회의에 유 소장 임명동의안과 함께 이들 후보자 3명에 대한 표결 안건을 상정하기로 합의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본회의 상정에 실패했다.
더욱이 국회는 재판관 후보자들에 대한 늑장 추천으로 사전 서면질의서도 보내지 못하는 등 주먹구구식 청문회를 진행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국회는 늑장 인선에 더해 지명을 위한 국회 본회의 표결에도 나서지 않으며 최고 사법기관 중 하나인 헌재 공백을 야기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