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 부정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톤이 일부 달라졌다. 1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중계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의 온라인 대담에서 그는 테슬라 전기차를 높게 평가했다. 여전히 자신의 지지기반인 석유업체를 대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적어도 테슬라 전기차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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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CEO는 지난달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 직후공개 지지를 공식화한 후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전기차 사업이 상당한 지장을 입을 수밖에 없었던 머스크 입장에서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최근 들어 전기차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에서 벗어나 조 바이든 행정부의 보조금과 환경 규제에 대한 비판으로 조금씩 전환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일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전기차에 대해 끊임없이 얘기하고 있지만 내가 전기차에 반대한다는 뜻은 아니다. 전적으로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확대 정책을 ‘의무명령’(mandate)이라고 부르며 재선에 성공한다면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없애겠다는 뜻을 시사한 바 있다. 이 경우 이미 충전소 네트워크를 가진 테슬라는 보조금 없이도 수익을 유지할 가능성이 큰 반면 GM, 포드 등 테슬라의 경쟁사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미묘하게 누그러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그가 지난 3월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머스크를 만난 후부터 시작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2기 행정부에 참여할 뜻도 시사했다. 그는 “정부 지출을 살펴보고 납세자들이 힘들게 번 돈을 좋은 방향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정부 효율성 위원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며 “그런 위원회에서 기꺼이 돕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머스크가 자신의 회사에서 취한 비용절감 조치를 언급하며 “머스크가 (행정부에) 참여한다면 좋아할 것”이라며 “(그는) 훌륭한 커터(cutter·비용절감 인사)가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본인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2시간가량 쏟아낼 기회를 얻었다. 이날 머스크 CEO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에너지정책, 기후변화, 핵전쟁의 위협, 이민, 연방정부 지출 삭감 등 광범위한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새로운 내용은 거의 없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멕시코 국경의 밀입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가짜’라고 공격했고, 2020년 선거는 조작됐고, 자신에 대한 형사소송은 바이든 행정부가 자신을 약화시키기 위한 음모라는 주장을 재차 반복했다. CNN은 머스크가 소셜 플랫폼의 힘을 이용해 트럼프에게 해리스보다 더 나은 주장을 펼칠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평가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을 일방적으로 조롱, 비판했다. 그는 “해리스는 급진적 좌파의 신봉자”라고 말하면서 바이든 전 대통령은 해리스에게 길을 내주기 위해 불법적으로 축출됐다고 근거 없이 주장했다. 그는 “이것은 미국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머스크는 해리스 부통령이 급진 좌파라는 트럼프 주장에 동의하면서 “당신은 번영의 길로 걷고 있지만, 해리스는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암살 미수 사건이 발생했던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를 “10월에 다시 방문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11월5일 미 대선 직전 암살 미수 현장을 다시 방문해 지지율을 극대화 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편, 이날 대담은 기술적 오류로 인해 40분 이상 늦게 시작했다. 머스크는 대규모 분산 서비스 거부(DDoS, 디도스) 공격이 발생한 것 같다고 글을 올렸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머스크는 이번 트럼프와 대담을 통해 엑스의 재기를 노리기도 했지만, 시스템 불안 문제가 지난해 5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 대선 출정식 대담 이후 또다시 터지면서 체면을 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