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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내 1인자인 폴 라이언(48·사진·위스콘신) 연방하원의장이 11일(현지시간) 돌연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11월 열리는 중간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내년 1월 임기를 끝으로 정치권을 떠나겠다는 것이다. 연방하원의장은 명실상부한 미국의 권력서열 3위 자리다. 대통령과 부통령이 없을 때 권력을 승계받는 사람이 하원의장이다. 하원의장의 은퇴 선언은 그만큼 미국 정치권에 충격이다.
라이언 의장은 아직 10대인 3자녀(1녀2남)에 ‘주말 아빠’(weekend dad)로 기억되는 게 싫다고 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만약 (11월 중간선거에) 출마해 연임하게 되면 아이들은 나를 ‘주말 아빠’로 기억할 것”이라며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할 순 없다”고 했다.
1970년 위스콘신주 제인즈빌에서 태어난 라이언 의장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고 한다. 연방검사였던 아버지는 라이언 의장이 16살 때 심장마비로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자신의 자녀들에게만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남겨주고 싶었던 것이다. ‘피트니스광’으로 불릴 정도로 운동에 목매는 이유도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가족력 때문이란다. 아버지를 잃은 뒤 낮에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돌보고, 밤에는 맥도널드 주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이어갔다. 당시 받았던 사회보장연금으로는 집값 내기도 버거웠다. 한 측근은 “라이언 의장이 꽤 오래전부터 아이가 16세가 될 때 은퇴하기로 결심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1992년 마이애미대를 졸업한 뒤 밥 캐스턴 당시 상원의원의 보좌진으로 처음 정계에 발을 내디뎠다. 28살이던 1998년 고향 위스콘신주 지역구의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후 매번 압도적인 격차로 내리 10선을 거머쥐었다. 자수성가형 입지전적 인물이라는 스토리에 뛰어난 언변, 얼짱·몸짱 이미지까지 얻으면서 일약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명성을 쌓은 뒤 2015년 미 정치서열 3위인 하원의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당시 그의 나이 45세. 1891년 이후 124년만에 40대 하원의장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미국 조야에선 지난해부터 라이언 의장의 은퇴설이 나돌았었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이날 한 측근을 인용해 라이언 의장의 은퇴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좌절감이 깔렸기 때문이라고 썼다. 각종 스캔들에 휩싸인 트럼프 대통령 탓에 떨어지는 공화당의 지지율을 두고 주변인들과 자주 고민해왔다고 한다. 실제 전통적 공화당 가치를 추구하는 라이언 의장과 자유무역 반대, 무역협정 재검토 등을 주장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부터 크고 작은 마찰을 빚어왔다. 라이언 의장은 대선 한 달을 앞두고 당시 트럼프 후보의 ‘음담패설 비디오’ 등 추문이 터지자 지지를 철회하는 등 두 사람은 한때 파국을 맞기도 했다.
일각에선 공화당의 고전이 예상되는 11월 중간선거의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라이언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중간선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나의 (정계은퇴) 결정을 앞당긴 건 아니다”고 일축했다.
한편에선 그의 젊은 나이를 고려할 때 향후 자신의 가치를 최고조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적절한 시점에 은퇴를 번복하고 정계복귀를 선언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 대선 반(反) 트럼프 정서가 최고조에 달할 당시 공화당 지도부는 라이언 의장을 트럼프의 대항마로 내세우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한 적이 있을 정도로 그의 당내 입지는 여전히 탄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