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바이오사, 코로나 특수에 IPO 봇물…닷컴버블 재현하나

방성훈 기자I 2020.08.11 17:28:00

美바이오 IPO 자금조달액 94억달러 역대 최대
IPO 첫날 주가 ‘닷컴 버블’ 이후 최고폭 상승
“아직 백신 개발 초기 단계…성공 장담 못해 경계해야”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주식시장에서 바이오 기업들의 기업공개(IPO)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급증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 자금을 끌어모으는 등 코로나19 특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美바이오 IPO 조달 역대 최대…첫날 주가 ‘닷컴 버블’ 이후 최고폭 상승

월스트리트저널(WSJ) 10일(현지시간) 금융정보 제공업체 딜로직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바이오 기업들은 미국 증시 기업공개(IPO)를 통해 총 94억달러(약 11조1625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5년 이래 가장 큰 규모로, 기존 최대치였던 2018년 한 해 동안의 조달액 65억달러를 7개월여 만에 넘어선 것이다.

바이오 기업들의 IPO가 봇물을 이루는 데에는 주가 급등이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들 간 치료제 및 백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뜨거워졌다. 특히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백신 개발이 완료될 것이라는 기대가 한껏 커진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6일 대선일 전후 코로나19 백신을 갖게 될 것으로 자신했다.

이를 방증하듯 제약업체 등으로 구성된 나스닥 바이오테크놀로지 지수는 올 들어 12% 상승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상승폭(4%)을 크게 웃돌았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 제약사 모더나의 시가총액은 올해 초 70억달러에서 현재 약 300억달러까지 4배 이상 늘었다.

바이오 주가 상승은 IPO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가 큰 데다 정부가 제약업계에 연구개발(R&D)을 위한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상장 기업들의 첫 날 주가도 평균 34% 급등했다. 이는 바이오기업들의 IPO 거래 첫날 주가 상승폭이 39%를 기록했던 2000년 ‘닷컴 버블’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이미 상장한 바이오 기업들도 많은 투자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유상증자를 통해 32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으며, 이 역시 최대규모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아직 남아 있는 바이오 기업 IPO에 눈을 돌리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에서 선두주자 중 하나로 꼽히는 독일 큐어백은 미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달 말께 상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큐어백은 전날 금융당국에 제출한 서류에 IPO를 통해 2억450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투자자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글로벌 제약업계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모더나는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함께 개발중인 코로나19 백신 3차 임상시험에 돌입했고,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협력 중인 화이자 역시 3차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기존 에볼라 치료제 램데시비르를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약해 효과를 봤던 미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이날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를 베클루리(Veklury)’라는 브랜드로 정식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미 식품의약국(FDA)에 승인을 요청했다.

(사진=AFP)


◇“아직 백신 개발 초기 단계…성공 장담 못해 경계해야”

하지만 이같은 주가 급등및 쏠림 현상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아직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이 초기 단계인데다, 성공 여부에 따라 변동성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신약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시중에 출시되고 상용화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고 생산체제를 갖추는 등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한참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WSJ은 “바이오주는 신약 개발 성공 여부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높아 현재의 급등세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개발 초기에 투자자들이 과도하게 몰려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을 경계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할 것으로 보이는 기업의 경우 더욱 그렇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클리어브릿지 인베스트먼트의 마셜 고든 수석 헬스케어 애널리스트는 “바이오 기업들은 신약 개발과 관련해 (실제 성과보다) 과대하게 홍보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우리는 좀 더 보수적인 관점에서 보려고 한다.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기업들을 쫓기보다는 인체 실험에서 실제로 강력한 효과가 입증될 때까지 기다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CNN방송은 이날 모더나가 미 대선 전까지 백신 개발을 완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도했다. CNN은 모더나가 지난 7일 임상시험 관련 연구 책임자들에게 발송한 이메일 일부를 입수해 백신 전문가들에게 검토를 의뢰한 뒤 이같이 평가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