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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백기투항'했던 포드…멕시코 아닌 中에 공장 짓는다

방성훈 기자I 2017.06.21 15:35:06

2019년 이후 소형차 생산은 中서…美생산은 내년까지만
"절감한 비용으로 美켄터키 공장 9억弗 투자"…트럼프 눈치보기?
"1000명 고용 유지할 것…미국내 일자리 감소 없어"

미국 포드자동차와 중국 창안자동차그룹의 합작 공장인 총칭 공장.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 기업 포드가 멕시코가 아닌 중국 내 생산기지를 확대하고 소형차 생산은 중국에 집약시키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보다는 중국에 그나마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기존 중국 공장을 증설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 이를 통해 미국 내 투자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도 의사결정에 큰 역할을 했다.

포드는 20일(현지시간) 소형차 ‘포커스’의 미국 생산을 내년까지만 유지하고 2019년부터는 중국 생산기지를 확대해 생산·수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포커스는 현재 미국 미시건주(州)와 중국, 유럽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대부분은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포드 글로벌사업 총괄 책임자인 조 힌리치는 “포커스는 내년까지 미시간주 조립공장에서 생산되고 2019년부턴 중국으로 생산라인을 옮기게 된다”면서 “중국 공장은 뛰어난 생산·기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드의 계획대로 진행되면 2019년 하반기부터는 중국에서 생산된 포커스가 미국으로 수입된다.

포드가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미국 내 차량 판매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포드는 올 들어 미국에서 지난 달까지 총 6만7150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이는 지난 해 판매량보다 20% 가량 줄어든 것으로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이에 미국 자동차 기업들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은 자국에서 생산하고, 판매율이 저조하고 수익성이 낮은 승용차는 중국이나 멕시코 등과 같은 저임금 국가에서 생산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 볼보의 경우 미국에서 판매되는 SUV 차량까지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포드 역시 지난 해 부진한 실적의 포커스를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겠다고 밝표했다. 16억달러를 들여 멕시코에 새 공장을 짓고 인건비 등 생산 단가를 낮춰 마진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 당시 미국 내 일자리 확대를 강조하면서 GM의 멕시코 공장을 거세게 비난했고, 포드는 자진해 백기 투항하며 멕시코 공장 이전 계획을 철회했다. 하지만 공장 이전 지역이 멕시코에서 중국으로 바뀌었을 뿐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한 미국 내 일자리는 차이가 없다. 포드 역시 이를 의식한 듯 미국 켄터키 공장에 9억달러를 투자해 현지 고용 인력 1000명을 유지하겠다며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국 노동자의 임금이 멕시코보다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선적 비용까지 고려하면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것이 오히려 더 경제적이다. 하지만 멕시코로부터 들여오는 물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포드는 중국 측이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 공장을 확대하는 것이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 힌리치는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면 취소된 멕시코 생산공장 건설 비용 5억달러를 포함해 10억달러 가량의 비용 절감된다”면서 “절약한 비용으로 SUV와 전기차 등과 같은 유망 사업 부문에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 입장에선) 자본을 집약·절약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소형차 부문에서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 또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모색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에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은 “포드의 결정은 유연한 다국적 기업이 지정학적으로 효율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앞으로 미국에 시설을 유치하는 기업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포드 차량에 대해 허들을 높일 것인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포드의 중국 공장 이전 계획에 대한 질문에 “대통령은 기업들이 미국인들에게 일자리와 공장을 되돌려줄 수 있도록 장려하는 세제 개혁안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동문서답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한편 오토트레이더닷컴의 분석가 미쉘 크렙은 “소비자들은 차량이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면서 “기업들에겐 적절한 시설에서 올바른 성능을 내는 차량을 만드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 이후 포드 주가는 전일대비 11.1% 하락한 11.1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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