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한 임원은 “인적분할을 통해 플랫폼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프로세스의 효율화와 속도감이 높아질 것”이라며 “유선인터넷과 달리 모바일 인터넷 분야는 각 분야의 자율성과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네이버나 카카오가 사업부문 분사를 통해 몸집을 줄이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책임을 강화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SK플래닛, 커머스에만 집중…2016년 2월 1일 커머스플래닛 합병
SK텔레콤이 기존 통신사업(MNO)외에 플랫폼 사업 강화 목적으로 SK플래닛을 설립한 때는 2011년 10월. 한국의 구글을 꿈꿨지만 쉽지는 않았다.
대기업 문화에 익숙했던 조직원들이 혁신과 창의가 생명인 인터넷 플랫폼을 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이후 플래닛은 SK M&C(마케팅앤컴퍼니)를 합병해 몸집을 키웠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진 못했다.
이에 따라 플래닛은 내년 2월 1일자로 오픈마켓 11번가를 운영하는 커머스플래닛을 합병해 온전한 커머스 회사로 탄생하면서, T스토어 등 각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한다. 안정적인 11번가를 기반으로 ‘시럽’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통합(O2O)서비스로 승부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 인적분할로 연 매출 1조6000억 원이었던 플래닛의 외형은 수천억 원 줄어들 전망이다. 직원 수도 자회사 커머스플래닛 합병을 계기로 커머스 플래닛 쪽 인력 700여명을 흡수하게 된다.
SK플래닛은 이같은 사업재편이 이뤄질 경우 커머스와 플랫폼 영역별 특성에 맞게 실행력을 강화하고 각각의 차별화된 성장전략을 실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오픈마켓 시장 점유율 33%인 11번가는 향후 물류센터 확장 및 차별적 고객 가치 제고를 통해 2020년 거래액 12조원 이상을 달성하고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국내 3위의 종합 유통사업자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할 계획이다.
이미 진출한 터키(n11)와 인도네시아(일레브니아) 시장에서 2016년에, 말레이시아 (11street)시장에서는 2017년 시장점유율 1위를 확보하고 글로벌 통합 커머스 경쟁력을 바탕으로 내년에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시장에도 새로 진출할 예정이다.
또한 3300만 가입자를 보유한 OK캐쉬백기반으로 핀테크(Fintech)사업을 확대하고 시럽 월렛, 시럽 오더, 시럽 테이블 등의 O2O서비스간 결합을 통해 본격적인 마케팅 플랫폼으로 진화시킬 방침이다.
흥미로운 점은 SK플래닛의 인적분할 과정에서 새로운 생활가치 플랫폼 회사를 SK텔레콤 자회사로 설립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가칭 ‘리플코’라는 회사가 설립되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SK텔레콤 아래에 SK플래닛(커머스), 생활가치 플랫폼 회사 리플코, T스토어 운영회사 등이 편재된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이 SK에너지, SK종합화학 등으로 구성된 것과 유사한 구조다. 이와함께 SK플래닛을 커머스 사업, 플랫폼 사업으로 나누어 별도 법인을 설립하고, 동시에 T스토어를 분할해 사업모델별 차별화된 성장을 추진한다.
SK플래닛은 내년 2월 ‘11번가’ 운영 자회사인 ‘커머스플래닛’을 합병하고, 분할 이후에는 커머스 사업에 집중해 글로벌 커머스 사업자로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신설 플랫폼 회사는 SK텔레콤의 100% 자회사로 출범해 생활가치플랫폼의 핵심 동력 역할을 수행하며, 고객경험을 핵심가치로 지속적인 서비스 고도화와 플랫폼 혁신·발굴을 통해 향후 생활가치 이외에도 다양한 SK텔레콤 군(群) 플랫폼서비스의 상품개발 및 운영을 지원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K텔레콤 한 임원은 “인증, 결제, 클라우드, T라이프 개발 같은 일들이 신설되는 플랫폼 자회사에서 이뤄질 것”이라면서 “SK텔레콤 인력은 신설법인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별도 법인으로 출범을 검토중인 T스토어는 국내외 유력사업자들과 제휴를 확대해 국내 시장에서의 영향력 공고화 및 글로벌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사업구조 재편 추진을 통해 SK플래닛은 커머스 특성에 맞는 실행력 강화 및 차별화된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SK텔레콤 생활가치 플랫폼의 경쟁력을 고도화 할 수 있는 계기를 확보하게 돼 SK텔레콤 전체의 성장추진 체계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구조 재편 추진의 실행 여부 및 구체적인 내용은 향후 SK플래닛의 이사회 등을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네이버·카카오도 쪼개기
한편 모바일 인터넷 생태계에서 분사나 인적 분할은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한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네이버(035420)는 2009년 2월 경영지원 기능을 분할해 네이버아이앤에스(I&S)라는 법인을 신설했고, 같은 해 5월에는 네이버 및 계열사를 대상으로 IT 인프라 운영과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문을 분할해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을 만들었다. 특히 네이버는 2013년 게임사업 부문인 한게임(현 NHN엔터테인먼트)을 인적분할하면서 사명을 네이버로 바꿨다. 밴드와 미투데이 등 모바일 서비스를 담당하는 조직도 따로 떼어내고 400억원을 출자해 캠프모바일이라는 법인을 신설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글로벌 사업 지원을 위한 조직인 라인플러스도 2013년 설립했고, 올해 4월에는 클라우드 기반 웹하드 서비스 부문을 분사시켜 별도 법인을 설립했다.
카카오(035720)도 올해 메신저 캐릭터 사업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카카오프렌즈를 분사시켜 새로운 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