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지배주주 ‘선행매수’ 막아야”…운용사 18곳, 의무공개매수 제동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경은 기자I 2026.09.29 11:49:11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내달 1일 본회의 처리 보류 및 공개 논의 촉구
“지배주주만 먼저 팔아 일반주주 매각 기회 차별”
“주주 같은 가격·비율에 팔도록 안분비례 적용해야”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안의 재논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배주주는 보유 지분 전량을 먼저 팔 수 있는 반면 일반주주는 일부만 매각할 수 있는 현행 정무위원회안이 주주 간 차별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과거 국내 의무공개매수 제도 및 일본 사례 비교. (자료=자산운용업계)
과거 국내 의무공개매수 제도 및 일본 사례 비교. (자료=자산운용업계)
라이프자산운용,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차파트너스자산운용,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 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은 이 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서를 29일 발표했다. 참여 운용사의 합산 수탁고는 87조원 규모다.

이들은 설명서에서 의무공개매수제도 정무위안의 오는 10월 1일 본회의 처리를 보류하고 공개 논의를 거쳐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에 찬성한다”면서도 “지배주주만 먼저 전량을 팔 수 있는 구조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정무위안은 인수자가 지배주주 지분을 장외에서 먼저 취득한 뒤 전체 보유 지분이 ‘50%+1주’에 미달할 경우 부족한 물량만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공개매수할 수 있도록 했다. 운용사들이 문제 삼은 건 지배주주 지분을 먼저 사들일 수 있도록 한 ‘선행매수’ 구조다.

예컨대 지배주주가 지분 40%를 보유한 기업을 인수할 경우 인수자는 지배주주의 지분 40%를 먼저 산 뒤 일반주주가 보유한 나머지 60% 가운데 10%+1주만 공개매수하면 된다. 일반주주 전원이 공개매수에 응하더라도 각자 보유 주식의 약 6분의 1만 매각할 수 있다. 지배주주가 이미 과반 지분을 보유했다면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공개매수해야 할 물량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

운용사들은 대안으로 지배주주의 선행매수를 배제한 ‘비례적 공개매수’를 제시했다. 지배주주 역시 일반주주와 함께 공개매수에 참여하도록 하고, 초과 응모 시 모든 주주에게 동일한 안분비례 원칙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지배주주 지분율이 40%인 앞선 사례에서 모든 주주가 전량 응모한다고 가정하면 인수자는 지배주주에게서 약 20%, 일반주주에게서 약 30%를 매수하게 된다. 모든 주주가 보유 지분의 약 절반씩 같은 가격에 팔 수 있는 셈이다. 전체 매수 수량과 가격은 기존 정무위안과 같아 인수자의 자금 부담은 늘어나지 않는다는 게 운용사들의 설명이다.

운용사들은 과거 국내 제도와 해외 사례도 근거로 들었다. 1997년 도입됐다가 1998년 폐지된 국내 의무공개매수제도 역시 50%+1주를 기준으로 했지만, 지분 25% 이상을 취득하려면 원칙적으로 처음부터 공개매수를 거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지배주주 지분만 장외에서 먼저 매입하는 방식은 제한됐고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가 함께 공개매수에 응하는 구조였다.

해외 주요국 역시 부분매수와 선행매수를 동시에 허용하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일본은 부분매수를 허용하는 대신 원칙적으로 취득 후 지분율이 30%를 넘는 경우 공개매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영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은 선행매수가 가능하지만 의무공개매수가 발동하면 잔여주식 전부에 대해 매수 제안을 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운용사들은 정무위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오히려 기존 시장의 일반주주 보호 관행보다 후퇴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앞서 오스템임플란트와 루트로닉, 제이시스메디칼, 비즈니스온, 에코마케팅 등의 인수 과정에서는 법적 의무가 없었음에도 일반주주에게 지배주주와 같은 가격으로 비교적 폭넓은 매각 기회가 제공됐다는 설명이다.

운용사들은 “선행매수가 허용되면 경영권 프리미엄과 매각 물량의 상당 부분이 지배주주와 인수자의 장외거래에서 먼저 정해진다”며 “법이 허용한 거래이니 기관투자자가 이사회에 주주충실의무에 따라 일반주주를 보호하라고 요구할 근거도 약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관투자자의 책임은 무겁게 하면서 정작 수탁자로서 고객의 권리를 지킬 수단은 법으로 막아 두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정무위안의 10월 1일 본회의 처리를 보류하고 일반주주·국내외 기관투자자·기업·인수합병(M&A)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개 논의를 거쳐 주주 보호의 원칙과 제도 설계를 재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50%+1주 방식을 유지하더라도 지배주주 지분의 선행매수를 배제하고, 지배주주를 포함한 모든 응모주주에게 같은 가격과 같은 안분비례 원칙을 적용해 달라”며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모든 주주에게 같은 가격, 같은 비율로 팔 기회를 보장하는 제도로 도입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