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은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로 최대 등록말소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사업장 시공사라는 점과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규제, 강성인 조합 등에 복합적인 부담을 느껴 입찰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은행권 대출 분위기가 바뀐데다 신임 조합장 선출 등이 예고되면서 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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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광명11R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올해 3번에 걸쳐 사업 이주비대출을 위한 금융기관 선정 입찰 공고를 냈지만 현재까지 낙찰업체를 선정하지 못했다.
지난 2월 공고된 첫 입찰은 유효입찰 업체 수 부족으로 유찰됐고 같은 달 진행된 재입찰은 무응찰로 유찰됐다. 이에 조합 측은 3월 다시 업체 선정 입찰에 나섰으나 흥국증권 1곳만 들어오고 국내 5대 시중은행이 모두 빠지면서 최종 낙찰자를 정하지 못했다. 조합 관계자는 “1금융권 은행들이 관련 서류를 받아갔으나 결과적으로 입찰에는 모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명11R구역은 광명뉴타운 내 ‘최대어’로 손꼽히는 구역이다. 입지가 좋고 총 가구수가 4291가구에 달해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시공은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맡았으며 지난해 9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다. 이주는 올해 중순 목표다. 그러나 조합원 이주비용을 대출해줄 금융사를 찾지 못해 이주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모양새다.
◇현산 시공·대출 규제·조합 분위기 복합적 악재
시중 은행들이 이 구역 이주비대출 입찰에 빠진 이유는 복합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취재 결과 먼저 일부 은행들은 이 구역 시공사 중 한 곳이 현산이라는 점을 감안, 사업 부실 등을 우려해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 측이 현산을 시공사에서 제외하고 현대건설에 단독 시공을 맡기는 방안(공동이행방식)을 이달 예정된 총회에서 정하기로 했으나 총회 개최가 보류되면서 현산과의 계약 변경·유지·해지 여부 등을 확정하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앞선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한도 규제도 은행들이 입찰에 나서지 않은 요인으로 꼽힌다. 연간 대출 증가율을 일정 비율 이하로 맞춰야 하는 은행으로선 수천억원의 한도를 미리 열어놔야 하는 이주비대출이 불리하다는 것이다. 해당 월이나 분기에 정해놓은 대출 취급 목표액에서 이주비 대출 한도만큼은 신규 대출을 못해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금리가 상승하면서 가계대출이 3개월 연속 감소해 총량규제가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지만, 적어도 2월까지만 해도 은행들은 총량한도를 맞추기 위해 여신 관리를 타이트하게 하는 분위기였다. 수천억원의 대출 한도를 미리 열어놓으면 다른 여신 영업이 완전히 꼬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조합이 강성인 점도 은행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이 구역은 기존 조합과 비대위가 법적 분쟁을 벌이는 곳이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이주비 대출을 실제로 받는 고객은 조합원인데, 조합원들이 강성이면 은행 입장에선 까다로운 고객을 맞이해야 하는 셈”이라며 “극단적인 경우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갈등이 심화돼 사업이 중단되면 대출금을 떼일 위험도 있어 이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사업 정상화 전망…속도 붙을 것”
다만 광명11R구역은 4000가구 이상 규모로 사업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신임 조합장 선출 등에 따른 사업 정상화 등이 예상되는 만큼 사업에 다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조합은 최근 기존 조합장이 해임된 가운데 법원이 선임한 변호사가 임시조합장으로 선임되면서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할 예정이다.
나아가 시중은행 대출 분위기가 달라진데다 최근 서울시가 현산에 추가 영업정지 대신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도 다음 입찰 개시 시 변수로 진단된다.
재개발 전문인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조합장 해임총회가 이뤄지고, 그 해임총회 결의에 대한 효력정지신청도 기각이 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조합장이 선임돼 사업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주비와 관련해서도 광명 재개발 구역 중에 가장 큰 단지인 광명11구역은 금융수수료 등이 큰 편이라 대출이 가능한 은행들이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