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8일 전국 1300여개 고사장에서 치러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년 연속 떠들썩한 응원전 없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수험생들을 배웅하는 부모님과 친구들의 간절한 마음만큼은 변함이 없었다. 꽹과리와 북을 치며 열렬히 응원하는 후배들 대신 부모님과 친구들의 뜨거운 격려를 받은 수험생들의 힘찬 발길이 이어졌다.
◇고요 속 애틋함 더한 ‘코로나 수능’…뜨거운 포옹으로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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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고사장 앞에서 딸을 향해 크게 ‘파이팅’을 외친 김모(57·남)씨는 “조금 긴장한 것 같아 보여도 자기 실력만큼 봤으면 좋겠다”며 딸이 입구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자녀가 수험장을 들어간 이후에도 하염없이 교문 앞에 서 있던 50대 박모씨는 “딸이 혹시 준비물을 안 챙겼다고 연락할까 봐 조금만 더 있다가 가려고 한다”며 “떨지 말고 수능이 아니라 11월 모의고사라고 생각하고 평상시대로 보면 좋겠다”며 간절히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는 아버지가 운전하는 오토바이 뒷자리에 탄 박서영(18)양이 황급히 도착했다. 분홍 헬멧을 착용한 아버지는 직접 딸의 헬멧을 벗겨주면서 말없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박양은 “나 갔다올게, 아빠”라고 씩씩하게 말한 뒤 취재진을 향해 “시험 잘 봐서, 수능 끝나고 여행가고 싶어요! 여수 가려구요!”라고 외쳤다.
고사장 입실 시간인 8시 10분이 지나자 올해도 어김없이 지각생이 등장했다. 지각한 학생은 경찰 순찰차를 타고 도착해 빠른 걸음으로 정신없이 고사실을 찾아 입실했다.
◇코로나도 못 막은 학부모의 ‘간절한 기도’…장외 응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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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순복음교회 대성전에는 오전 8시 20분부터 학부모 및 수험생 손주를 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좌석 간 거리두기를 지키며 제한된 인원으로 운영됐다. 1만2000명 정원인 1층 대성전은 최대 499명까지 입장을 허용하고, 교회에 나오지 못하는 학부모를 위해 온라인으로 동시 생중계했다.
수능시간표와 동일하게 1교시부터 5교시까지 정해진 일정에 따라 신도들은 기도를 했다. 학부모와 수험생 이름이 적힌 이름표를 앞에 세우고 간절한 마음을 담았으며, 두 손을 높이 들고 기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몸을 앞뒤로 흔들거나 이름표를 가슴에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는 등 눈을 감고 별 탈 없이 시험을 마치길 기도했다.
관악구에서 수험생 아들을 시험장에 보내고 왔다는 박모(46)씨는 “들어가기 전에 ‘밥 차려줘서 고맙다’라고 하면서 씩씩하게 들어갔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어러워하는 과목도 있긴 한데 그냥 할 수 있는 대로 했으면 좋겠고, 시험 끝나고 나면 용돈 받은 거 모아서 맛있는 거 먹으러 갈 계획이다”며 웃었다.
서울 강남구 봉은사 주차장은 오전 8시 전에 이미 ‘만차’가 됐다. 내부에 마련된 좌석도 꽉 차서 자녀를 배웅하고 온 학부모들은 주변에 서서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었다. 학부모들은 ‘의과대학 합격 기원’, ‘심신 안정’, ‘실수 없이 잘 보자’는 메시지가 적힌 공양미와 양초 등을 품에 소중히 안은 채 입장했다.
절 내부에는 절을 하거나 두 눈을 꼭 감은 채 조용히 기도문을 외우는 학부모들로 북적였다. 자녀를 배웅하고 남편과 함께 절을 찾은 길모(47·여)씨는 “‘그동안 우리 딸 고생했고 앞으로 꽃길만 걷자’고 메시지를 남겼다”며 정성을 다해 절과 기도를 했다고 전했다. 집안이 불교라는 김모(53·남)씨는 “딸이 지금 세화여고에서 시험을 치르고 있다”며 “아무 걱정 없이 편하게 시험 보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한참 동안 절을 바라봤다.
한편 경찰은 이날 경력 1만2557명과 장비 2351대를 동원해 수험생을 지원했다. 전남 화순에서 수험생 194명이 탑승한 관광버스 4대가 교통혼잡으로 막히자 순찰차가 시험장까지 약 11km가량 ‘에스코트’ 해 무사히 시험장에 도착했다. 광주광역시 서구 풍암동 사거리에서는 수험생 탑승 차량이 사고 나 경찰이 태워 안전히 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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