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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국납세자연맹, 종교투명성센터에 따르면 이들 단체는 오는 27일 헌법재판소에 종교인 과세 내용을 담은 현행 소득세법 및 시행령에 대해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한다. 일반 시민 682명(잠정)과 종교인들이 청구인으로 참여한다. 명진 스님(전 봉은사 주지), 도정 스님(제주 남선사 주지), 박득훈 목사(성서한국 사회선교사), 안기호 목사(서울 신림동 주님의교회) 등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종교인까지 참여한 이 같은 헌법소원은 이번이 최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현행 종교인 과세 법령은 종교인 특혜이자 일반 국민에 차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며 “종교인 과세 특혜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기호 목사는 “현행 종교인 과세는 종교인에게 당연히 특혜”라며 “종교인이 솔선수범해 일반인보다 1원이라도 세금을 더 내려고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목사는 ‘종교인도 근로자’라는 대법원 판결을 최초로 받아내 종교인 과세의 토대를 만든 장본인이다.
이들은 헌법에 규정된 조세법률주의의 과세 명확성 원칙과 조세 평등의 원칙을 어겼다는 입장이다. 우선 소득세법에는 종교인 소득이 기타소득으로 분류됐다. 이에 따라 종교인은 일반 납세자와 달리 본인에게 유리한 세목을 선택해 납부할 수 있다. 필요경비 공제가 늘어 직장인보다 절반 가량 세금도 적게 낸다.
둘째로는 소득세법에는 세무조사를 종교단체의 장부에서 종교인 소득 관련 내용으로만 하도록 제한했다. 시행령에서도 장부를 분류해 기록할 경우 종교활동비 장부는 세무조사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게다가 탈세 신고를 받아도 즉각 세무조사를 할 수 없게 했다. 우선 종교단체에 수정 신고를 하도록 안내하도록 했다. 국세청 세무조사에 이 같은 범위를 설정해 놓은 것은 다른 직종에선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외에도 △종교단체가 종교인 비과세 소득 범위를 종교단체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 무제한 비과세가 가능하도록 한 점 △종교인이 기타소득으로 신고해도 근로소득에만 적용되는 근로장려금, 자녀장려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점도 위헌성이 짙은 특혜로 지적됐다. 근로·자녀 장려금 혜택은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시행령 규정은 기획재정부를 통해 마련됐다.
정세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충남대 경제학과 교수)은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이 아닌 근로소득으로 규정해 과세형평성을 도모해야 한다. 종교단체 회계와 종교인 회계를 구분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고유목적사업회계로 기록해야 한다”며 “세무 공무원의 질문조사권(세무조사)를 제한하지 말고 다른 직종처럼 국세기본법에 따라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최근 이 내용을 ‘2018년 세법 개정방안’에 넣어 기재부에 공식 제안했다.
하지만 기재부 관계자는 “종교인 과세 관련해 세법을 개정할 계획을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성명에서 “종교활동 감시와 탄압을 가져오는 악법”이라며 올해 시행된 종교인 과세에 대해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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