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에서 거주하는 이모(30)씨는 자주 배달시켜 먹는 가게 음식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점을 알게 됐다. 평소 단골 가게였던 해당 한식집에 전화를 건 이씨는 ‘재료값이 올라 부득이하게 고기양이 조금 줄었다’는 답을 받았다. 이씨는 “1인분에 명확한 용량이 없으니 얼마나 줄였는지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라며 “단골집을 잃은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수년째 이어지는 고물가를 견디지 못한 식당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은 그대로 두되 양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Inflation)’을 선택하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은 “배신감을 느낀다”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현 상황에서 규제할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규제 사각지대 속 업체들의 자정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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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은 3.0%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2.9%)보다 0.1%포인트 높았다. 외식 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을 웃돈 현상은 2021년 6월부터 35개월째 이어졌다. 떡볶이가 5.9%로 가장 높았고 △비빔밥(5.3%) △김밥(5.3%) △햄버거(5.0%) 등 순이었다. 계속되는 고물가에 식당들이 음식값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이미 수차례 가격을 인상한 식당들은 더는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양을 줄이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마포구 소재 한 닭갈비 식당은 닭갈비를 주문하면 막국수를 무료로 제공하고 기본 반찬으로 마카로니 샐러드를 제공했지만 최근 막국수를 유료로 전환하고 반찬에서 마카로니 샐러드를 뺐다. 닭갈비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 전이랑 비교해보면 닭고기 가격은 2배 가까이 올랐다고 보면 된다”며 “싸게 팔고 많이 벌자는 주의였는데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자영업자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한다. 배달 덮밥 전문점을 운영하는 정모(40)씨는 “1만원짜리 덮밥 하나를 팔면 배달 플랫폼 수수료 및 배달료로 25%를 정도를 떼고 원가 등 다빼면 사실상 2000원 정도 떨어진다”며 “물가는 계속 오르지, 경쟁 업체는 많지 결국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재료를 싼 걸로 바꾸고 양을 줄이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고깃집들은 가격은 그대로 두되 1인분 무게를 낮추는 방식으로 가격을 조정하고 있었다.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 삼겹살을 파는 식당들을 살펴본 결과 일부 식당은 무게 표기를 수정한 흔적이 역력했고, 한 식당은 다른 곳보다 30% 가량 적은 100g에 1인분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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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식당들의 행태에 소비자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 아니냐는 것이다. 방모씨는 “배달 리뷰 사진에는 분명히 큰 그릇이였는데 최근에 시켜보니 작은 그릇이었다”며 “괜히 속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현재 식당에서의 슈링크플레이션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일 소비자기본법 제12조 제2항에 근거해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를 개정해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상품의 용량·중량·개수 등을 줄이는 행위를 금지했다. 식당의 경우 용량 표기 의무가 없기 때문에 이를 규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자정적 노력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중앙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식당에 대한 단속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나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한국외식업중앙회나 지역 상인회 등을 중심으로 슈링크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제해달라는 캠페인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