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16억 지참금도 필요 없어"…마코공주, 뉴욕으로 '사랑의 도피'

김보겸 기자I 2021.09.01 17:38:11

일반인 남자친구 고무로 케이와 연내 결혼
복잡한 가정사에 여론 97% "결혼 반대"
美변호사시험 통과하면 뉴욕서 신혼생활
日 국민 반대에 ''품위유지비'' 16억도 포기

마코 공주가 연내 일반인 남자친구와 결혼한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평민과 사랑에 빠진 일본 공주가 일본 국민 반대를 무릅쓰고 올해 안에 결혼한다.

1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마코(29) 공주가 동갑내기 남자친구인 고무로 케이(29)와 이르면 올해 결혼한다. 마코 공주는 나루히토 일왕의 조카로, 왕세제인 아키시노노미야 후미히토의 장녀다. 마코 공주는 부친의 승낙을 얻어 연내에 혼인신고서를 관할 지자체에 낼 예정이다.

◇공주의 남자 복잡한 가정사에 여론 싸늘

마코 공주와 고무로는 국제기독교대학(ICU)에서 만나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마코 공주는 25세였던 지난 2017년 약혼 소식을 전하며 “태양처럼 밝게 웃는 그의 미소에 끌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8년 예정된 이들의 결혼은 기약 없이 미뤄지던 터였다. 고무로의 복잡한 가정사 문제가 불거지면서다. 고무로의 어머니가 과거 교제한 남성에게 약 4100만원을 갚으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는 주간지 보도 이후 여론이 급격히 싸늘해졌다.

왕실 규정에 따라 마코 공주가 일반인인 고무로와 결혼하면 왕족의 지위를 잃는데, 이때 품위 유지 명목으로 약 16억원을 받게 된다. 마코 공주가 세금으로 마련한 지참금으로 고무로 어머니의 빚을 대신 갚아 주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고무로가 10살이던 지난 2002년 그의 아버지가 38세의 젊은 나이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여론은 더 나빠졌다. 일본 국민들 사이에선 소탈한 성격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아 온 황실의 기대주인 마코 공주가 이런 집안과 결혼해선 안 된다는 반대 여론이 거셌다. 지난 3월 주간아사히 여론조사에선 일본 국민 97%가 이들의 결혼을 반대한다고 응답할 정도였다.

마코 공주 약혼자 고무로 케이(사진=주간문춘)
◇논란 속 미국행 택한 고무로…뉴욕에서 신혼생활 시작할듯

논란이 커지면서 도쿄 법률사무소 직원이었던 고무로는 2018년 변호사가 되겠다며 미국 뉴욕주 포담대 로스쿨에 진학했다. 3년간의 과정을 마친 그는 지난 7월 말 뉴욕주 변호사 자격시험을 치렀다.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치러졌으며 합격 여부는 12월 중순 이전 발표될 예정이다.

일본 언론은 고무로가 무난하게 자격시험을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주 사법시험 응시자 합격률이 통상 70%인데다가, 지난해에는 문제 수가 줄면서 89%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포담대 로스쿨 졸업생의 합격률이 90%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고무로가 수월하게 합격할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 유학 생활 동안 고무로는 비즈니스 분야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포담대 로스쿨 학생은 주간문춘에 “골드만삭스 출신 여성 변호사가 ‘부패 방지를 위한 프로그램’을 주제로 강연할 때 눈을 빛내며 듣던 학생이 고무로”라며 “질의응답 시간에는 가장 먼저 손을 들고 내부 고발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물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강연이 끝나자마자 강사에게 뛰어가 명함을 건네는 등 눈에 띄는 학생이었다”며 “반면 인권 문제를 다룬 강연에선 뒷편에 앉아 점심으로 준비된 피자를 먹자마자 나가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고무로가 뉴욕 변호사 시험에서 합격 통지를 받으면 두 사람은 미국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한 황실 언론인은 “마코 공주가 결혼하려는 의지가 강하며 천황 일가에 대한 비난이 커지기 전에 결혼 문제를 매듭짓고 싶은 생각이 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혼인신고를 먼저 한 뒤 예식 없이 미국으로 건너가는 건 황실 최초로, 이례적인 사랑의 도피가 될 것”이라 덧붙였다.

마코 공주도 16억원 상당의 지참금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일본 왕실도 결혼이 국민적 축복을 받을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보고 혼인 의식을 치르지 않는 쪽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