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해소 위해 인도네시아와 공동개발 추진
인도네시아는 사업 첫해인 2016년 500억원의 분담금을 납부한 것을 제외하면 지난 8년간 당해년도 분담금을 계획대로 납부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인도네시아는 KF-21 체계개발 사업비의 20% 규모인 약 1조 7000억원을 투자해 KF-21 기반으로 자국 공군이 필요로 하는 전투기 50여대를 직접 생산한다는 방침이었다.
KF-21은 우리 기술로 만든 첫 번째 전투기다.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2001년 공군사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전투기 자체 개발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사업타당성 검토와 사업 구체화에 13년이나 걸렸다. 말 그대로 단군 이래 최대 연구개발 사업이다 보니 예산 당국은 리스크 해소를 위한 국제 공동 개발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튀르키예와 우선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렬 이후 인도네시아와 이 사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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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은 ‘시제기가 있는 경우에만 기술자료의 제공 가능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인도네시아 때문이라는 말이 무성했다. 이슬람 국가인데다 러시아 무기를 다량 운용하는 국가라는 이유에서다.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방산수입국가 중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율은 16.3%로 1위다.
◇정부 “불확실성 해소 차원서 제안 검토”
게다가 군 당국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와의 국제 공동 개발은 단순히 개발비 충당 문제로 진행된 게 아니다. 돈 문제가 아니라 인도네시아가 우선 KF-21을 도입하게 되면 지역 패권을 다투는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싱가포르 등으로의 수출 확산을 기대할 수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우리 군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가에서 빠른 시간 내에 KF-21을 운용하게 되면 가동률 확보를 통한 무기체계 조기 안정화와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면서 “FA-50이 우리 군에 전력화 한지 10여년 만에 수출에 가속도가 붙었는데, 이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 확대를 위한 정부의 선택이었다는 얘기다.
인도네시아가 기술 이전을 덜 받는 대신 분담금을 줄임에 따라 우리 정부 예산이 더 투입되게 됐지만 KF-21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KF-21은 지난달 첫 공중급유 비행 시험에 성공했고, 비행 중 저온·결빙 등 극한 환경을 만났을 때 정상 작동하는지 등에 대한 시험도 거쳤다. 각종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오는 6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1차 양산 계약을 맺고 생산에 착수해 오는 2028년까지 40대를 공군에 납품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측은 2021년 11월부터 방위사업청을 비롯해 KF-21 체계개발 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계자 등을 통해 30여 차례에 걸쳐 미납 분담금 납부를 촉구해 왔지만 인도네시아 측은 이렇다 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면서 “향후 사업 절차를 위한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이번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 인구 대국으로 한국의 13번째 교역대상국이자 4번째 대한민국 광물 수출 국가다. 해당 정부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신도시, 공급망, 디지털, 전기차 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 신남방 정책의 핵심 국가”라면서 “양국가의 협력이 방산 분야에 한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