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이 새로운 석유"…AI 패권이 지정학 판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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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03.09 13:49:30

벨연구소 출신 케슬러, WSJ에 반도체패권 분석
中, GPU 독자 확보 불가…"2차대전 전 일본 꼴"
"AI가 전쟁 전반 시뮬레이션할 것…새 억지력"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인공지능(AI)을 구동하는 첨단 반도체 패권이 21세기 지정학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벨연구소 출신 칩 설계자이자 월가 헤지펀드 창업자인 앤디 케슬러는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실리콘이 새로운 석유”라며 반도체 공급망 장악이 군사·외교적 패권과 직결된다고 주장했다.

사진=로이터
케슬러는 20세기 석유가 그랬듯 첨단 반도체가 국가 흥망의 열쇠가 됐다고 봤다. 수출 제한 이전까지 중국은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첨단 AI 프로세서를 전적으로 미국·이스라엘(설계)과 대만(생산)에 의존해왔다. 그는 “중국은 첨단 GPU(그래픽처리장치)의 대안 공급처를 확보할 수 없다”며 “미국 정부는 최첨단 AI 칩을 우라늄처럼 취급해 군사 금수 품목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슬러는 현재 중국의 처지를 2차 세계대전 직전 일본에 비유했다. 당시 일본은 원유의 약 80%를 미국에 의존했고, 1941년 7월 미국의 자산 동결로 사실상 석유 금수 조치가 내려지자 전쟁으로 치달았다. 그는 “역사는 반복되는가”라고 반문하며, 반도체 공급망 차단이 중국에 유사한 압박이 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반도체는 석유와 달리 자유 시장과 기술 생태계에서 꽃핀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미국·대만·한국, 그리고 반도체 장비 분야의 네덜란드를 재산권이 보장된 자유 시장의 수혜국으로 꼽았다. 반면 석유는 러시아 정부가 가스프롬 과반 지분을 쥐고 있는 것처럼 독재 권력의 손에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첨단 반도체가 구동하는 AI는 이미 실전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케슬러는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 체포와 이란 지도부 무력화 과정에서 AI가 인원·무기 이동의 패턴을 분석해 표적 선정에 기여한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은 전투 시나리오 시뮬레이션에도 AI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나아가 AI가 새로운 전쟁 억지력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냉전 시대 핵전쟁을 막은 상호확증파괴(MAD) 개념처럼, AI 시뮬레이션을 통해 적국이 자국의 패배를 미리 확인하고 전쟁 대신 협상을 택하게 된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SAD(Strongly Assured Destruction·강력한 확증적 파괴)’라고 명명했다.

케슬러는 “AI가 전투뿐 아니라 전쟁 전체를 시뮬레이션하게 될 것”이라며 “실리콘이 새로운 석유가 되어 AI를 구동하면서 전쟁은 더 예측 가능해질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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