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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커피값 빼곤 가족에게…돼지농장서 숨진 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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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기자I 2023.03.08 19:48:29

돼지 분뇨 치우고 모돈 돌보는 작업
담배·커피값 뺀 월급 가족에게 보내
시신유기 농장주 구속…아들도 입건
“다른 불법행위 없었는지 살피는 중”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경기 포천의 한 농장주가 숨진 태국인 노동자의 시신을 유기한 가운데 수사 당국이 농장 내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이 노동자는 열악한 주거 공간에서 생활하며 번 돈 대부분을 태국의 가족에게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숨진 태국인 근로자 A씨가 지내던 숙소 옆 주방 (사진=포천이주노동자센터)
경찰 관계자는 8일 “피의자의 범행 동기나 수법 등은 상당 부분 파악된 상태이고 부검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관계 기관과 함께 다른 불법행위는 없었는지 폭넓게 살피는 중”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포천시 등은 이 농장의 환경 상태와 고용 형태 등 전반을 조사하고 있다. 추가 불법 행위가 드러나면 이에 대해서도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시신을 유기한 60대 농장주 A씨는 지난 2일 자신이 운영하는 돼지 농장에서 일하던 태국인 노동자 B(67)씨가 숨지자 그의 시신을 트랙터로 운반해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부검 결과 B씨의 시신에는 타살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건강상의 문제가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불법체류자(미등록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사실이 발각될까 두려워 범행을 저질렀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범행 당일 아들이 “경찰에 신고하자”고 말했지만 A씨는 시신을 유기했고 이 과정에서 아들도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정부지법은 지난 7일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A씨와 아들을 형사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2013년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B씨는 10여년간 이 농장에서 일하며 돼지우리 한 귀퉁이에 있는 열악한 환경의 숙소에서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악취가 나는 방 안에는 잡동사니와 쓰레기가 가득했고 옆에는 방 절반 크기의 열악한 주방이 있었다. 수사 당국은 이 같은 환경이 B씨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다.

B씨는 월 100만원 초반대 급여를 받았으며 숨지기 직전에는 180만원 정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담배와 커피 값 정도를 뺀 월급 대부분은 태국에 있는 가족에게 보냈으며 이웃이나 다른 태국인 근로자와 거의 교류하지 않았다. 한국어를 잘하지 못했던 B씨는 홀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B씨는 돼지농장 전체의 분뇨를 처리하고 야간작업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밤낮으로 어미 돼지를 돌보고 출산 등을 관리하는 까다로운 일도 해왔다고 한다. 돼지 1000여마리가 있는 이 농장에는 90여마리의 어미 돼지가 있었다.

태국에 있는 B씨 가족은 시신 수습을 위해 한국에 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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