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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넘어 발리우드까지 울려퍼진 '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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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18.04.09 14:33:29

무명 여배우, 부당한 성차별에 '상의 탈의' 항의 시위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인도 여배우 스리 레디.(사진=인도 힌두스탄타임스 캡쳐)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헐리우드를 뒤흔든 성폭력·성추행 폭로 캠페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인도 발리우드에 상륙했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스리 레디라는 한 여배우는 전날 인도 중남부 하이데라바드에 위치한 영화위원회 사무실 인근에서 거리를 활보하며 성차별 항의 시위를 벌였다. 위원회 사무실 앞에 다다른 뒤엔 카메라 앞에서 상의를 반쯤 풀어헤친 뒤 큰 소리로 “우리는 여자인가, 아니면 노리개(장남감)인가”라고 반문했다.

레디는 한 영화 제작자가 그에게 배역에 캐스팅되기 전 누드 영상을 보내라고 했는데, 이후 영상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부당한 성적 요구와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레디는 올해 실시했던 한 인터뷰에서도 “우리가 아름답지도 멋지지도 않아서인가? 우리가 재능이 없어서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가?”라며 인도 영화산업계 내 차별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레디는 시위를 벌이다가 공공노출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지만, 남성 우위의 성차별 문화가 만연한 인도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실제로 이날 레디의 영상과 사진은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등을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갔고, 성적 억압에 짓눌려 있던 인도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뉴욕타임스는 인도 영화산업계에 여성의 권리 신장을 위해 목소리를 드높인 사건이라며 “미투와 유사한 형태로 인도 내 성차별 경계를 허무는 또다른 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부작용도 컸다. 레디는 유명한 배우가 아니었고, 시위를 벌인 도시 하이데라바드가 수도인 뭄바이만큼 영화산업계에서 큰 위상을 차지하는 곳도 아니었다. 이에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일부 배우들조차 레디가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경력을 추가하기 위해 이같은 시위를 벌였다고 지적했다. 일거리도 끊겨 사실상 업계에서 퇴출당했다.

이는 인도가 발리우드라고 불릴 정도로 세계적인 영화 생산국이지만 성차별이 심각한 것으로도 유명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 헐리우드에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을 상대로 성폭력·성추문 폭로가 이어진 뒤, 인도 여배우 몇 명이 자국 내 문제점들에 불만과 불평을 드러낸바 있다. 하지만 인도의 문화적 특성때문에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정치사회학자 아시스 낸디는 “전형적인 인도 남성들은 음주, 흡연 등 자유를 향유하는 여성을 보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라게 된다”면서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남성들 역시 계약 관계 내에서는 여성을 성적으로 학대할 권리가 포함돼 있다고 여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레디와 함께 시위를 벌이게 되면 진정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인도가 필요로 하는 것은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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