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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본 수출규제 이후 물밑에서 한국 기업들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위해 작업 중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진단도 내놨다.
◇“한국, 여전히 반도체 공급망서 일본에 의존”
2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는 ‘반도체 한일 상호의존성 여전, 무역통계가 보여주는 문 정권의 허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달 2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소재부품장비산업 성과 간담회’에서 한 발표를 하나하나 반박했다.
먼저 닛케이는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대일 의존도가 절반으로 떨어졌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을 겨냥했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실시한 2019년 7월 이후 벨기에산 포토레지스트 수입액이 10배 늘어 대일 의존도는 2년만에 50% 밑으로 떨어졌다는 게 한국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닛케이에 따르면 벨기에가 포토레지스트를 사들이는 곳이 일본의 JSR 자회사이다. 결국 한국이 일본산 제품을 구매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는 게 이 신문의 지적이다.
레지스트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여전히 대일 의존도가 80%에 달한다고도 주장했다. 근거로는 일본산 레지스트 수입액이 꾸준히 증가세라는 점을 들었다. 작년 한국의 일본산 레지스트 수입액은 3억2829만달러로 전년보다 22% 늘었으며, 올해 1월부터 6월까지의 수입액도 작년보다 3% 증가했다.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불화 폴리이미드의 대일 의존도는 사실상 제로(0)가 됐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한국 정부는 불화 폴리이미드의 대체 소재로 UTG(Ultra Thin Glass·극박유리)를 채택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닛케이는 극박유리가 삼성전자(005930)의 폴더블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소재로, 삼성이 출하하는 스마트폰 약 3억대 가운데 폴더블폰은 1%에 불과하다며, 그 이외에는 불화 폴리이미드가 사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올 1월부터 6월까지 불화 폴리이미드의 대일 수입액도 443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15% 늘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지난 2년간 핵심 품목 100개에 대해 대일 의존도를 31.4%에서 24.9%로 낮췄다고 주장하지만, 어떤 품목인지에 대해서는 국가 기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장기적으로는 脫일본 가능할지도” 우려도 나와
다만 장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의 일본 의존도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매출이 10조엔, SK하이닉스(000660)가 3조엔, LG디스플레이(034220)가 2조엔가량인 데 비해, 일본 최대 반도체 업체인 키옥시아 홀딩스의 올 매출액은 1조엔 남짓으로, 소재나 장비 구매자로서의 존재감은 한국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일본발 공급망 우려에 한국 기업이 국산화 움직임을 시작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닛케이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는 삼성 등에 ‘공급망 단절 위험’을 의식하게 했다”며 한국 업체들이 일본계 거래처에 한국에서의 생산 확대를 요청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실제 불화수소 생산기업인 다이킨공업은 내년 10월 충남 당진에 불화수소 공장을 만들기로 했다. 닛케이는 “이런 움직임은 일본의 산업 공동화와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일본 기업이 강점을 지닌 반도체 제조장치 개발이나 생산에 한국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고 짚었다. 닛케이는 “SK나 LG 등이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며 소재 분야의 연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국내 공급망 확보를 조용히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지각변동을 간과한 채 정치 대립을 계속하면 머지않아 일본 기업들이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국에서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신문은 주목했다. 한일 반도체 공급망의 미래를 점치는 데 있어 이번 선거가 큰 분기점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닛케이는 “후임 대통령에게도 대일 강경책과 국산화 정책이 이어질 것인가”라며 “이웃나라 대선을 일본 반도체 관련 기업들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