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일 ‘소상공인·지역상권 민생토론회’ 이후 내놓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을 두고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큰 기대를 보이지 않았다. 김 씨는 9.8%까지 올랐다가 최근 7.8%까지 인하키로 결정한 배달플랫폼 수수료율에 대해서도 “그래도 남는 게 없다”며 “가맹점 방침에 따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쓰지만 남는 게 없어서 배달앱을 다 끊으려고 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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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다시 뛰는 소상공인·자영업자, 활력 넘치는 골목상권’을 주제로 소상공인·지역상권 민생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위기에 몰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플랫폼 수수료 인하, 노쇼·악성 리뷰 근절 등 유의미한 대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지엽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충정로, 신촌, 가로수길 등 세 곳에서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정헌도 씨는 “수수료를 낮춰도 부담이 크다”며 “현재 수준의 수수료를 뗄 바에는 배달을 하지 않는다는 게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상공인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다는 취지는 좋지만 정책 취지가 현실에 반영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이해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추진하면 현실적인 부분들이 잘 반영되지 않는 것 같은데 이번 대책은 그러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매장 내에서 일회용품을 쓸 때 물게 되는 과태료를 ‘고객 변심’의 경우 면책해주는 대책도 효용이 높지 않았다. 자영업자들이 불의의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규정을 만드는 것은 좋지만 이미 고객들이 주문할 때 매장 내 취식과 관련한 설명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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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역시 내수 진작이나 금융비용 경감, 월세 안정화 등 정부의 거시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이날 발표된 미시 대책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정부의 적극적 재정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 경기가 좋지 않아서 이번 대책이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이렇게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는 역부족”이라고 총평하면서 “정부가 그동안 재정확대를 자제해왔는데 제세공과금 감면과 같은 직접적인 지원책을 더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자영업에 대한 지원책을 재정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며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얘기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나마 있던 재정을 청년들한테 주택 구매 권유차원에서 디딤돌 대출 등에 쓰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늦은 감이 있지만 자영업자들한테 애초부터 썼어야 한다. 장사하려고 주담대로 돈을 빌리다보니 금리에 제일 민감한 업종이 사실 자영업”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한 결정이 자영업자들에게 실질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교수는 “기준금리는 낮아졌는데 대출금리는 변하지 않으면 소상공인과 기업 입장에서는 혜택이 별로 없다”며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안 교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억제할 강력한 장치를 주문했다. 그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장사를 열심히 해서 지역 가치를 올려놓은 건데 임대료를 왕창 올리면 장사하는 사람들에겐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비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걸 막아주는 기능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재정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온누리상품권 발행을, 젠트리피케이션 극복에 대해서는 지역상권법을 거론했다.
김성섭 중기부 차관은 “내년도 발행할 온누리상품권 규모(5조 5000억원)는 사상 최대”라며 “정부와 협의해서 지역 대부분의 상점에서 온누리상품권 사용이 가능토록 내년에 확대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젠트리피케이션 대응을 위해 지역상권법을 2년 전에 제정했다”라며 “인구감소지역을 중심으로 상권활성화 지원을 위해 지정 기준 가운데 점포수를 100곳에서 50개로 완화하고 상권발전기금을 통해 재원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