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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납치 살해’ 이경우·황대한 무기징역…“반성 정도 의문”

김형환 기자I 2023.10.25 17:31:20

서울 강남서 코인 강취 위해 납치·살해
‘범행 배후’ 부부 각각 징역 8년·6년
“살해 피해자 두려움 가늠하기 어려워”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이른바 ‘강남 납치 살해 사건’을 저지른 주범 2명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 강남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3인조 피의자 이경우(35)가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재판장 김승정)는 이른바 ‘강남 납치살해’ 주범 이경우(36), 황대한(36)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범행에 가담했지만 자백한 연지호(30)는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또 재판부는 이들에게 5년의 보호관찰명령도 내렸다.

이들은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피해자를 차량으로 납치해 살해하고 대전 대청댐 인근에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코인을 강제로 빼앗은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자신들의 경제난을 해결하고자 피해자를 납치한 뒤 이들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코인을 강취하고 살해할 것을 계획하고 실제로 살해했다”며 “한밤중 귀가를 하다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납치돼 대전으로 끌려가 끝내 죽음에 이른 피해자의 두려움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살의 고의를 부인하고 최초 범행을 제안한 것도 자신이 아니라며 상대방에게 떠넘기고 있는 바 이들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깊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연지호에 대해서는 “범행을 자백하고 피해자 및 유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있다”면서도 “범행에 이르기까지 돈만을 위해 범행을 준비해 죄책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범행 배후로 지명된 유상원(51)과 그의 부인 황은희(49)에게는 각각 징역 8년과 징역 6년이 선고됐다. 이들은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갈등을 빚던 피해자를 납치해 가상화폐를 뺏고 살해하자는 이경우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범죄자금 7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이들에 대해 “이경우 등에게 경비를 제공하고 심지어 유상원은 납치 후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음에도 마치 억울한 피해자인 것처럼 행사했다”며 “어떤 개선의 점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살인 공모 혐의에 대해서는 “살인까지 공모했는지에 대한 직접 증거가 없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즉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강도살인 혐의가 아닌 강도 혐의만 적용된 것이다.

앞서 검찰은 이경우·황대한·유상원·황은희에게 사형을, 연지호에게는 무기징역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사형을 내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사형은 극히 예외적인 형벌임을 고려할 때 범행의 책임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춰 그것이 명백히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며 “누구라도 인정할 객관적인 사정이 있을 때 허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범인의 나이·직업·성장 과정·가족관계·전과 유무·잔인하고 포악한 정도 등 모든 양형 조건을 철저히 심리해야 한다”며 “이경우·황대한·유상원·황은희는 벌금형을 초과해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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