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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모식은 3일 오전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불참했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추념사를 대독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4·3 희생자들과 유가족의 명예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생존 희생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잊지 않고 보듬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투톱인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도 추모식에 불참했다. 김병민 최고위원과 이철규 사무총장이 대신 참석하고 국회에서는 최고위원회의 시작 전 묵념으로 희생자를 기렸다. 당 민생특별위원회 출범과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 맞이 등 서울에서 챙겨야 할 현안이 많아 지도부 내 역할 분담을 했다는 게 김기현 대표의 설명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를 추진하는 여권의 기류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하고 야구 경기장에서 시구를 했다면서 “이것이 제주 4·3을 대하는 윤석열 정권의 민낯”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추념식에 앞서 제주 4·3 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 여당의 극우적 행태가 4·3 정신을 모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참배 직후 기자들과 만나 “4·3을 모독하는 행위가 있어 개탄스럽고 가슴이 아프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4·3 사건이 북한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됐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은 태영호 최고위원, 과거 4·3 사건의 의미를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이 제기된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 내부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지지층만 보면서 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점들이 우리 지도부의 행보나 인적 구성에서 많이 나타난다”며 “방향성을 바꿔서 확장적으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압도적인 우세 지역을 빼고는 내년 총선이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해’ 때는 눈물 훔친 尹
여야의 주요 국가기념일 행사 참석이 ‘추모의 정치’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도 잇따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된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서해수호 55용사를 거명하며 눈물을 훔쳤다. 당시에는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일제히 참석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 박홍근 원내대표가 모두 불참하고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이 유일하게 참석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조화를 보냈던데 둘러보니 문재인 전 대통령은 조화를 보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유화적이라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