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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다시 꺼낸 ‘한미훈련 카드’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한미연합훈련을 “상당히 축소(substantially reduce)”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훈련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낸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도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한미 양국의 연례 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가 시작되는 시점에 나왔다. 17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는 올해 UFS에는 한국군 약 1만8000명이 참가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도 올해 훈련은 일단 예정대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은 집권 1기 때인 2018년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그해 6월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과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가진 직후 한미연합훈련을 ‘워게임(war games)’이라고 부르며 중단 방침을 밝혔다.
엠마 챈렛-에이버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정치안보 국장은 16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에 대한 논평에서 “한국으로서는 데자뷔처럼 느껴질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에도 김정은과 싱가포르에서 만난 뒤 한국군과의 연합훈련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고 지적했다.
챈렛-에이버리 국장은 미 의회조사국(CRS)에서 20년간 아시아 문제 전문가로 활동했으며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아시아 정책 입법 업무를 담당했다. 과거 미 국무부 한국과에서도 근무한 한반도·동아시아 안보 전문가다. 그는 이번 결정에 대해 “트럼프가 첫 임기 때 끝내지 못한 과제인 김정은과의 직접 외교로 돌아가려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라는 뒷배 생긴 김정은
그러나 당시 북미 정상외교는 북한 비핵화라는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뒤 북미 대화는 사실상 교착상태에 빠졌다.
8년이 지난 지금은 북한을 둘러싼 전략적 환경도 크게 달라졌다.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꾸준히 고도화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의 군사협력도 크게 강화했다. 러시아 지원 과정에서 북한군이 실전 경험까지 축적하면서 김 위원장의 전략적 입지가 2018년보다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챈렛-에이버리 국장은 이데일리의 질의에 “김정은은 중대한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 한 지금 트럼프를 만날 이유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그가 거론한 양보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 대북제재 완화, 주한미군 철수 등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김정은의 힘을 극적으로 바꿔놓았다”며 “러시아의 지원은 북한에 경제적 도움을 제공할 뿐 아니라 북한의 무기 운반 능력을 강화할 첨단 미사일 기술까지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라는 후원자의 존재는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김 위원장의 지렛대를 키웠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챈렛-에이버리 국장은 “이는 김정은이 중국으로부터 더 많은 지원과 외교적 뒷받침을 끌어낼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외교 성과 급한 트럼프…“보따리 커야”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정상외교를 다시 시작할 유인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가을 아시아 순방 때도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응하지 않았다.
챈렛-에이버리 국장은 “트럼프는 분명 김정은과 만나기를 원하고 있다”며 “임기 후반으로 접어드는 레임덕 상황과 약화하는 정치적 영향력, 이란에서의 수렁을 감안하면 외교적 승리를 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김 위원장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대가다. 그는 “김정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보따리는 상당히 커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유산이 더 강하고 정당성을 얻은 북한, 균열된 한미동맹, 약화된 국제 비확산 체제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8년 만에 다시 꺼낸 한미연합훈련 카드는 북미 정상외교의 문을 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 위원장의 손에 고도화된 핵·미사일 전력과 러시아라는 새로운 카드가 쥐어져 있다. 같은 카드를 꺼낸 트럼프와 달리 이를 받아들일 김정은의 셈법은 8년 전과 달라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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