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돈 빼서 美주식·코인 베팅한다"…한 달 새 20조 이탈

김국배 기자I 2024.12.02 18:45:37

[금융포커스]5대 시중은행 요구불예금 지난달 또 감소
美주식·코인에 베팅…은행서 한 달 새 20조 이탈
두 달 새 30조 빠져…정기예금 증가 폭 줄어 '막차' 수요만
짠 예금 금리에 '머니무브' 본격화…마통은 4424억원 늘어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며 정기예금 금리가 매력이 떨어지자 주요 은행에서 한 달 새 20조원의 예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가상자산 등으로 은행권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 무브’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요구불예금 잔액은 592조 6669억원으로 전월(613조 3937억원) 대비 20조원 넘게 줄었다.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꼽히는 요구불예금은 통상 금리가 연 1% 미만으로 보통예금 등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예금이다. 두 달 전인 지난 9월(623조 3173억원)과 비교하면 30조원 가까이 줄어든 상황으로 올해 1월 이후 처음으로 600조원을 밑돌게 됐다.

정기예금 잔액은 10월 말 942조 133억원에서 11월 말 948조 2201억원으로 6조 2068억원 늘었다. 잔액이 늘긴 했지만 증가 폭이 전달(11조 5420억원) 대비 46% 감소했다. 정기예금은 지난 5~8월까지는 매월 10조원 이상씩 늘었었다. 정기적금 증가 폭(6229억원)도 전달(9102억원)보다 32% 줄었다. 예금 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예금족’이 등을 돌리는 가운데 그나마 금리가 더 떨어지기 전에 예금에 가입하고자 하는 ‘막차’ 수요 정도가 남은 것으로 해석된다.

연 4%가 넘는 은행 정기예금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연 3.15~3.55%다. 은행권 정기예금 상품 35개 중 12개가 직전 기준금리인 연 3.25% 이하다. 이 중 3개는 2%대로 내려왔다.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도 2일 기준 연 3.45%로 시중은행과 별 차이가 없다. 한국은행이 최근 이례적으로 2회 연속 금리 인하를 결정하면서 예금 금리는 더 떨어질 수 있다.

금융업계에선 한 달 만에 20조원 넘게 요구불예금이 빠져나간 것은 미국 주식, 코인 등으로 흘러들어 갔기 때문으로 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이후 나타난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정책에 이익을 볼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하는 것)’로 비트코인은 10만 달러를 향하며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증시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강세다.

실제로 코인, 증시가 호황일 때 늘어나는 ‘마이너스 통장’ 잔액은 5대 은행 기준 10월 말 39조 1808억원에서 11월 말 39조 6202억원으로 4424억원 늘었다. 서학 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지난달 초 처음으로 1000억 달러(약 140조원)를 넘어서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하 기조 아래 요구불예금이 막차 수요 등으로 정기예금으로 이동하는 것뿐 아니라 ‘트럼프 트레이드’로 예·적금 외 투자 자산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1조 2575억원 늘며 두 달 연속 증가 폭이 1조원대에 머물렀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 폭도 1조 3250억원으로 두 달째 1조원대였다. 8월(8조 9115억원), 9월(5조 9148억원)과 비교하면 급감한 수준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