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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김형환 기자] 교육부의 취학연령 하향 조정에 대한 반발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학력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초등 취학을 1년 앞당기겠다는 의도이지만, 유아 발달 단계상 너무 이르다는 지적이 중론이다. 맞벌이 부부들은 자녀가 초등학교에 일찍 입학할수록 돌봄 부담만 늘어난다고 토로한다. 논란이 일자 교육부장관은 의견수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전국 37개 교육·보육시민단체는 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유아 발달권을 침해하고 경쟁교육을 부추기는 만5세 초등 취학 학제개편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이날 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등과 공동 성명을 내고 “유아는 1~2개월만 차이 나도 발달 격차를 보이는데 연령이 다른 유아를 한 교실에 몰아넣는 정책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치원 교사들 “만 5세, 40분 수업 불가능”
현장의 유치원 교사들도 만 5세 초등 입학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유치원 교사 김모(32)씨는 “만 5세 유아가 책걸상에 앉아 정해진 규칙에 따라 40분 수업을 듣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치원 교사 정모(31)씨도 “교육당국은 요즘 아이들의 발달단계가 과거보다 빠르다고 하는데 발달이 빠른 아이도 있지만 더딘 아이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29일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이르면 2025년부터 취학연령 하향 정책을 단계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4년에 걸쳐 만 5세 아동을 일정 비율로 나눠 입학시키는 방식이다. 이럴경우 1년 3개월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이 동급생이 된다. 정모 교사는 “1년 3개월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이 한 해에 같이 입학하면 학격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학부모들도 유아발달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초등 취학연령 하향 조정에 반대하고 있다. 학부모 김모(36)씨는 “만 5세 아들을 키우고 있는데 이 아이가 학교에 가서 혼자 밥 먹고 혼자 화장실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 딸 아이가 지금 3살인데 아마 조기 취학이 실현되면 첫 대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부모 돌봄 우려에 “8시까지 돌봄 연장”
맞벌이 부부들은 돌봄 부담만 늘어날 것으로 우려한다. 초등학교 1학년은 늦어도 오후 1시면 하교한다. 저녁까지 아이들을 돌봐주는 유치원에 비해 돌봄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논란이 확산되자 진화에 나섰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초등 1·2학년에 대해선 저녁 8시까지 초등돌봄 운영을 연장하겠다”라고 말했다.
초등돌봄교실 운영을 저녁 8시까지 연장하는 안은 윤석열 정부의 대선공약이다. 초등돌봄교실은 맞벌이·저소득층 가정의 초등학생 자녀를 별도의 교실에서 돌봐주는 제도로 통상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맞벌이 부부들의 퇴근까지 돌봄 공백이 발생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저녁 8시까지 돌봄 연장이 추진되고 있다. 박 부총리의 해당 발언은 취학연령이 하향돼도 향후 초등돌봄이 연장될 것이기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박 부총리는 이날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기자회견) 방식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그는 취학연령 하향 조정에 대해 “모든 정책은 이를 말씀드릴 때 완결된 것은 아니고 지금부터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정책 연구 등을 통해 시작해 나갈 것”이라며 “국가교육위원회 공론화 과정을 통해 올 연말에 (취학연령 하향 조정 관련) 시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약 2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국민 설문조사를 통해 국민여론도 수렴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아 발달단계상 만 5세 취학은 너무 이르다는 지적에 대해선 ”만약 1학년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만 5세일 경우 1학년 과정도 기존과는 다른 형식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취학연령이 앞당겨지는 만큼 교육과정 개편도 뒤따를 것이란 얘기다. 논란이 커지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민이 불안해하는 일이 없도록 학부모 등 교육 수요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 관련 정책에 충실히 반영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