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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가 높으면 높을수록 엔화 약세로 일본에 유리하다는 가설이 제기됐다. 트럼프가 일본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너무 많다며 줄곧 일본의 ‘의도적’ 엔저를 비판해 온 걸 고려하면 아이러니한 이야기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3일 정치정보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미국 내 트럼프 호감도 설문조사와 같은 시기 엔-달러 환율 추이를 토대로 이 같은 가설을 제시했다. 닛케이는 이 사이트에서 트럼프를 ‘싫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에서 ‘좋다’고 답한 비율을 뺀 이른바 ‘트럼프 비호감지수’의 최근 10개월 추이가 달러-엔 환율과 정확히 정반대로 움직인다는 걸 그 근거로 들었다. 트럼프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달러는 약세, 엔화는 강세가 되고 반대로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달러 강세와 함께 엔저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 공화당 대선 후보이던 트럼프의 비호감지수가 35%에 육박하던 지난해 8월 한때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00엔대까지 떨어졌다. 엔화가 그만큼 강세였다는 의미다. 반대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직후인 12월엔 그의 비호감지수가 10% 밑으로 떨어지면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20엔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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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아니다. 트럼프 정부가 지닌 딜레마 때문이다. 트럼프는 미국 기업의 수출을 돕는다며 입으로는 ‘약달러’를 부르짖는다. 그러나 그가 추진하는 정책은 필연적으로 ‘강달러’를 향한다. 기업 감세나 대규모 재정의 인프라 투자는 자연스레 물가 상승→금리 인상→달러 강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 경기가 활성화하면 트럼프의 호감도도 자연스레 올라간다. 일본 미쓰이스이토모자산운용의 이시야마 히토시 애널리스트는 “트럼프의 인기가 올라가면 미 경기 활성화로 강달러(엔저)가 되고 트럼프의 인기가 떨어지면 보호무역주의 같은 부정적인 면만 부각되며 달러 약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에 현 상황은 나쁘지 않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내 주요 매체들이 반(反)이민 행정명령 등을 이유로 연일 트럼프에게 맹공을 퍼붓고 있으나 설문조사에서의 트럼프의 호감도는 낮아지지 않고 있다. 일본이 우려했던 일방적 엔화 강세 흐름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시야마는 “트럼프에게 비판적인 대형 언론만 접하다 보면 그의 언행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오인할 수 있다”며 “조사에 따라 다르지만 이민 규제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은 팽팽하다”고 말했다.
닛케이는 트럼프가 이달 말로 예정된 미 의회 연설에서 대규모 재정지출을 통한 인프라 투자 내용이 담길 3월 예산안에 대해 어떤 얘기를 하느냐에 따라 엔-달러 환율이 지난해 1월 달러당 121.69엔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낙관론만 있는 건 아니다. 트럼프가 언제 다시 엔저를 공격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미즈호증권의 미우라 유타카 애널리스트는 “(트럼프가) 앞으로도 ‘강달러’ 견제 발언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2~3월까지는 큰폭의 엔화 약세보다는 달러당 110~115엔 전후에서 일진일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트럼프의 물리적인 엔고 압박과 안정 자산인 엔화 선호로 강달러와는 무관하게 엔화는 연말 달러당 105엔 선으로 강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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