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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도 지난해 7월 ‘Fit for 55’를 발표하면서 2023년부터 역내 항만 기항 선박을 대상으로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를 의무화했다. 또 5000GT(총 화물톤수) 이상 선박은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 대비 75% 이상 줄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EU Fuel Maritime’ 초안을 공개했다.
해운업계는 연이은 규제에 발맞춰 석유를 대체할 친환경 선박 연료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단기적으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석유 대비 40% 줄일 수 있는 액화천연가스(LNG)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가격 변동성이 크고 화석연료로서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 탓에 메탄올·암모니아·수소·바이오중유 등 대안 연료에 관심을 두는 해운업체들이 늘고 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머스크는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메탄올 추진 대형 컨테이너선 8척을 발주하며 메탄올 연료에 힘을 싣고 있다. 재생 에너지로 생산한 그린 메탄올을 사용하면 기존보다 탄소 배출량을 95%까지 줄일 수 있다. 메탄올 연료는 전용 엔진도 이미 개발된 상태라 상용화를 위한 기술적 문제도 크지 않다.
다만, 그린 메탄올이 충분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머스크는 자국 내 신재생에너지 기업과 제휴해 내년부터 연 1만톤(t)의 그린 메탄올을 공급받기로 하면서 문제를 해결했지만, 머스크를 제외한 어떠한 선사도 공급망·경제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그린 메탄올을 대안 연료로 선택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암모니아는 운항 시 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업계에선 아직 암모니아를 연료로 쓰는 엔진이 개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를 대안 연료로 채택하기엔 곤란하다고 보고 있다. 또 연료 자체의 독성 문제나 그린 암모니아의 경제성 등도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평가다. 대표적 그린 에너지인 수소는 기술적 문제로 상용화 시점조차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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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대안인 원자력 추진선도 국내에서 개발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6월 원자력연구원과 소형모듈원자로(SMR)을 기반으로 한 원자력 추진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원자력 추진선은 원자력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하는 여론이 있어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기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처럼 해상 탄소중립을 위한 대안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국내 조선·해운업계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조선업을 두고 한국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은 국가가 주도하는 효율적 체계를 갖춘 데 비해 한국에선 이해관계가 있는 업계 간, 업계 내의 논의와 협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해상 탄소중립을 위한 국내 산업 간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일본 해사클러스터 모델과 같은 협력기구 설립 등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기구를 통해 효율적인 연구·개발 방안을 도출해 추진하고, 선사·연구기관·선급을 포함한 국가적 협력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