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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은 ‘시대예보’ 시리즈의 네 번째 결과물이다. 송 작가는 앞선 시리즈에서 개인의 주체성이 강화되는 ‘핵개인’, 조직의 규모가 작아지는 ‘경량문명’ 등을 제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조직 밖으로 분화된 개인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갈지에 주목했다. 수고인류는 원본인간에서 더 나아가 원본인간의 활동과 결과물이 서로에게 상호 호혜적인, 인류라는 보다 큰 개념이다. 각자의 원본을 ‘수고’로 인정해주며 상호작용하는 인류다.
빠르게 증강되는 개인과 ‘원본성’
송 작가는 “지금까지 우리는 역할을 나누고 표준화·분업화하면서 거대한 조직을 만들어왔다”며 “AI 에이전트 기술이 나오면서 한 사람의 역할이 충분히 복제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짚었다. 그는 “조직은 급속히 작아지고 개인은 빠르게 증강되고 있다”며 “태풍이 지나간 뒤 혼자 남은 개인이 앞으로 자신의 긴 항로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가 이번 책”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AI 시대에는 ‘원본성’이 개인의 중요한 자산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에는 조직 안에서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개인이 직접 자신의 원본을 쌓아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송 작가는 “250년 동안 우리는 분업을 통해 확장 가능한 조직을 만들어왔다”며 “함께 일하면서 표준화와 분업화의 혜택을 누렸지만, 이제는 AI가 등장하면서 나 역시 대체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스스로의 원본성을 갖는 대상으로 증강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가 커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원본인간이 되기 위한 방법으로는 ‘직접 하고, 발행하고, 이름을 거는 것’을 꼽았다. 다른 사람이나 조직에 맡기는 대신 자신의 일을 직접 수행하고, 결과물을 세상에 공개하며, 그 결과에 자신의 이름을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송 작가는 “지금까지 집단 체제에서는 조직의 이름으로 산출물이 공유됐다면 이제는 한 명 한 명 참여자의 이름이 온전히 제공될 것”이라며 “개인의 여정에서 만들어진 증거가 자신의 이름으로 남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단순히 자신을 알리는 ‘브랜딩’부터 시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들이 본인 브랜딩을 하려는 시도를 많이 하는데, 역량을 쌓지 않고 알리는 것을 먼저 하면 위험하다”며 “먼저 역량을 갖추고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결과물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발행’의 의미도 달라질 것으로 봤다. 한 번의 결과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시도를 통해 개인의 성장 과정 자체가 고유성을 증명하는 자료가 된다는 설명이다. 송 작가는 “요즘은 본인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발행한 뒤 성장기로 인정받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웹툰이나 웹소설도 한 번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도를 하고 고유성이 확보되면 독자들이 다음 것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비균질성과 조직의 파편화
AI 시대의 창작자에 대해서는 ‘비균질성’을 강조했다. 동일한 품질의 결과물을 빠르게 대량 생산하는 일은 AI와 자동화 기술이 맡게 되는 반면, 인간은 오히려 개인마다 다른 경험과 취향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송 작가는 “이제 균질성은 로봇이 할 것”이라며 “우리는 다 다른 것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해져 있고 아주 정교하게 줄을 선 것은 로봇이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조직의 형태 역시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와 중간관리 등 조직 내부의 위계와 역할 분담이 AI를 통해 빠르게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는 리포트가 사라질 것”이라며 “각자가 필요한 정보와 인사이트를 직접 획득하게 되면 리포트를 생성하는 조직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의 인재 활용 방식도 ‘고용’에서 ‘협업’으로 이동할 것으로 봤다. 고용 대신 특정 분야에서 고유한 역량을 가진 사람과 필요에 따라 협업하는 형태가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경제적 양극화를 심화할 가능성도 인정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분배 시스템은 노동을 기반으로 했지만 노동의 기여도가 확실히 떨어지고 있다”며 “그랬을 때 개인에게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는 사회적 합의의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본성을 갖기 위한 경험과 정보 접근성 등을 사회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교육이나 직장에서 어떤 기회를 제공할 것인지, 개인의 역량 강화를 사회가 어떻게 도울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AI 시대에 대해선 인간의 역할이 사라지는 시대라기보다 인간에게 요구되는 가치가 달라지는 시대라고 정의했다. 그는 “노동이 자의건 타의건 중요성이 경감될수록 인류는 본인이 가진 자아와 취향, 취미를 키우는 쪽으로 가지 않을 수 없다”며 “앞으로 자기만의 문체와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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