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지엠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6조9739억원으로 전년 대비 18.0% 감소했다. 작년 반도체 수급난으로 부평1·2공장과 창원공장 등에서 50% 감산을 결정한 탓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지엠의 지난해 실적은 내수 5만4292대와 수출 18만2752대로 집계돼 각각 34.6%, 36.0% 줄었다. 영업손실은 3760억원으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이는 군산공장이 폐쇄된 2018년(6227억원) 이후 가장 나쁜 성적표다.
애초 한국지엠은 북미 수출용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레일블레이저가 출시된 2020년 흑자전환을 목표로 삼았다. 그해 2월 초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흑자전환을 공헌하기도 했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트레일블레이저는 초반 부품 공급난을 딛고 그 해 하반기부터 수출에서 실적을 내며 흑자전환 ‘청신호’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임금인상을 밀어붙이며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등 결국 영업손실 316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반도체 수급난으로 흑자전환에 실패했지만, 올해도 가시밭길이 예고돼 있다. 먼저 반도체 수급난이 회복되지 않으며 한국지엠 공장의 감산이 장기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평1공장의 후반조에 대해 생산가동조절(TPS)을 적용했다. 부평1공장은 트레일블레이저가 생산되는 공장으로 수출을 책임지고 있지만, 이번 감산으로 전체적인 생산량은 50% 감축됐다.
무엇보다 트랙스와 말리부의 단종으로 부평2공장은 오는 8월부터 생산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사측은 부평2공장을 폐쇄하는 대신 부평1공장과 차세대 크로스오버유틸리티(CUV)가 생산될 창원공장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부평2공장 폐쇄 대신 전기차 생산기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사는 고용안정특별위원회를 통해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측은 당장의 폐쇄 대신 내달 1일부터 부평2공장을 기존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해 오는 11월까지 생산을 이어가자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노조가 부평2공장에 대한 차후 생산계획 없이는 논의는 없다는 입장이어서 최악의 경우 향후 진행될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갈등의 ‘뇌관’이 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상외로 길어지는 반도체 수급난으로 감산이 길어지는 등 올해도 흑자전환은 어려울 전망”이라며 “특히 부평2공장의 폐쇄가 현실화한 상황에서 노사 간 갈등이 절정에 달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