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드론택시’ 떴다..2차원→3차원 공간 시대 여는 미래교통

손의연 기자I 2023.01.16 18:00:00

볼트라인, UAM 기체 스카일라 개발
지난해 국산 기체로 첫 비행 시연
융합산업 특징으로 컨소시엄 등 협력 활발

고금리·고물가 등에 따른 경기침체의 파고를 넘기 위해 우리 기업들은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를 벗어나 우주항공, 배터리 등 미래 산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초격차 기술로 글로벌 우위 선점에 나선 기업들의 고군분투하는 현장을 찾아 현재와 미래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우주항공 ②바이오 ③배터리 ④미래항공모빌리티(AAM)

볼트라인이 지난달 27일 경기도 화성시 비행장에서 스카일라 v2의 비행 시연을 진행했다. (영상=손의연기자)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테이크 오프(Take-off)!” “이륙합니다!”

지난달 27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소재 비행장. 국내 업체 볼트라인이 만든 UAM 기체 ‘스카일라 v2(Skyla v2)’의 프로펠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중량이 150kg에 달하는 스카일라가 가볍게 수직으로 올라 비행장 바닥에 표시된 ‘H’마크 위를 한 바퀴 돌아 보였다. 이후 기체는 입력된 대로 정해진 코스를 오차 없이 비행했다. 허공에서 한동안 정지상태로 비행을 유지하기도 했다. 육안으로 봤을 때 기체가 흔들리거나 불안한 모습 없이 여유로웠다. 김도원 볼트라인 대표는 “특히 정지 상태일 때 비행이 어려운 건데, 이후 분석된 데이터를 봤을 때도 안정적인 비행을 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FC(Flight Controller), 고정밀 GPS 등 UAM 기체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에 빠르게 국산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도원 볼트라인 대표가 비행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사진=손의연기자)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초석…기체 국산화

전세계가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미래항공모빌리티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Urban Air Mobility)와 지역간항공모빌리티(RAM·Regional Air Mobility)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UAM은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도심 내에서 이동 효율성을 극대화한 차세대 항공모빌리티를, RAM은 UAM보다 더 넓은 지역 간 사람·화물 운송을 의미한다. UAM은 2025년쯤, RAM은 2030년쯤 상용화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항공모빌리티를 위해선 UAM 상용화를 우선 이뤄야 한다. 현 단계에선 UAM 상용화를 위해 안전성을 갖춘 수직이착륙 기체(eVTOL) 개발이 관건으로 꼽힌다. 해외 주요 eVTOL 개발업체들은 이미 주문수량을 확보해두기도 했다.

국내에선 볼트라인이 가장 먼저 UAM 기체를 개발한 업체로 주목받고 있다. 볼트라인은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가 경기도 김포 아라마리나에서 연 ‘UAM 비행 시연 행사’에 참가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2020년부터 매년 UAM 비행 시연 행사를 열고 있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볼트라인 등의 참여로 국내 기업의 기체가 등장했다. 당시 볼트라인은 설계와 기술을 자체 개발해 95% 이상 국산화한 기체를 선보였다.

김 대표는 “기술에 대한 경쟁력을 좌우하는 건 기체를 제어하는 ‘FC 성능’이다. 우리는 4년 전부터 UAM 솔루션을 개발하며 중요 기술을 국산화했다”며 “UAM 기체를 개발하고 비행 실증을 마친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볼트라인은 국토부 장관상을 수상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국토부 행사에서 비행시연을 한 스카일라 v2는 1인승 기체다. 직접 조종, 원격 조종, 자동 비행 등이 가능하다. 스카일라에 적용된 볼트라인의 핵심 기술은 FC(Flight Control) 삼중화 모듈 기술, 고정밀 GN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기술 등이다. 김 대표는 “FC를 삼중화했기 때문에 한 센서가 고장나더라도 다른 센서가 작동해 안전한 비행이 가능하다”며 “고정밀 GNSS 기술은 비행과 정치 위치의 정확도를 높이고 송전탑 근처의 비행이 가능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볼트라인은 더 나아가 UAM 상용화를 위한 다인승 모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볼트라인은 2025 한국형 도심항공모빌리티 실증사업(K-UAM) 그랜드 챌린지에 참여하며 2025년을 목표로 스카일라 v3를 내놓을 계획이다. 스카일라 v3는 4인승 eVTOL로 상용화가 가능한 모델로 개발 중이다. 최대이륙 중량이 2100kg에 달하며, 최대 시속은 250km로 v2(최대 시속 90km)보다 업그레이드된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에서 사람을 태운 상태로 시험 비행을 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김 대표는 “향후 UAM 기체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시연을 해야 하는데 유인 비행을 허용하는 등 제약을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23일 국토부가 진행한 비행 시연 행사에서 볼트라인의 스카일라 v2가 비행하고 있다. (사진=볼트라인)


◇기체·버티포트·교통관리 등 협력 필요…韓 UAM 드림팀 구성

볼트라인은 국토부의 K-UAM 그랜드 챌린지에 GS ITM 컨소시엄으로서 참여한다. 이 컨소시엄엔 다보이앤씨, 안단테, 도심항공모빌리티산업조합 등이 속해 있다. 볼트라인은 스카일라 기체를 통해 개발한 UAM 관련 솔루션을 바탕으로 협력한다. UAM은 제조, IT, 운항 등 총체적인 융합사업이기 때문에 민관학의 협력이 두드러지고 있다. 기체, 버티포트 구축,교통관리 등에서 다양한 기관과 기업이 손을 잡고 있다.

국토부의 한국형 도심항공교통 실증사업엔 완성차, 항공, 통신·IT 등 업계에서 51개 기업이 출사표를 던졌다. 컨소시엄 6곳과 단일 기업 1곳이 도전한다. 기업들은 △현대차그룹 △SK텔레콤 △롯데그룹 △LG유플러스 △GS ITM△ 켄코아 등 컨소시엄으로 압축된다.

볼트라인의 스카일라 외에도 여러 기체가 개발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KT, 현대건설, 인천공항공사, 이지스자산운영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현대차그룹이 비전으로 제시한 기체 ‘S-A1’은 총 8개의 로터가 탑재됐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기업 중 미래항공모빌리티 분야에 가장 활발히 나서고 있다. 도심항공모빌리티사업부를 미래항공모빌리티본부로 개편하며 미국에 ‘슈퍼널’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초 기체 개발을 위해 조비 에비에이션과 전략적 업무 협약을 맺었다. 한화시스템 역시 미국 UAM 스타트업인 오버에어에와 2026년 ‘버터플라이(기체명)’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영국의 UAM 기체 제조기업인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와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에어택시 브이엑스포(VX4)를 개발 중이다. 롯데그룹은 UAM 기체 운항사인 민트에어와 손잡는다.

미래항공모빌리티 관련 산업에 대한 파급력은 매우 크기 때문에 앞으로 산업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행체 개발을 비롯해 △연료전지 △자율주행 △운송서비스 △신소재 △방위산업 등에 대한 파급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국내 UAM 시장 규모도 2040년 1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6만명의 일자리 창출과 생산 유발 23조원 및 부가가치 유발 11조원 등 산업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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