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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국립극장 대표 여름 음악축제 ‘여우락(樂) 페스티벌’(이하 ‘여우락’)이 10회를 맞아 남산에서 이태원으로 무대를 옮겨 관객과 만난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리모델링 공사 관계로 1주일 넘게 진행했던 축제 기간은 5일로 줄었고 참가팀 규모도 작아졌다. 그럼에도 10회의 의미를 담아 ‘여우락’이 그동안 쌓아온 ‘정수’만을 모아서 한국음악의 현재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29일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음악감독 원일은 “공사라는 불가항력적인 문제로 장소를 옮기게 돼 아쉬움도 있지만 라인업만큼은 ‘10회’라는 상징성에 어울리는 엑기스만 모았다”며 “그동안 ‘여우락’이 추구했던 음악 정신은 잃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양방언은 “10회째를 맞아 음악 전문 공연장에서 선보이는 ‘여우락’도 매력이 있다”며 “특히 음향적인 부분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많은 기대를 갖고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우락’은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의 줄임말로 한국음악에 뿌리를 두고 세계 관객과 소통하는 음악을 소개하고자 2010년 처음 시작했다. 그동안 월드뮤직 그룹 공명, 경기민요 소리꾼 이희문, 국악 록밴드 잠비나이 등 해외가 먼저 주목한 아티스트들을 한국 관객에게 소개해왔다. 2012년부터 예술감독 제도를 도입해 양방언(2012~2014년), 재즈 뮤지션 나윤선(2015년), 원일(2017~2018년) 등이 축제를 이끌어왔다.
올해는 오는 7월 10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이태원 인근에 있는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과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축제를 연다. 세 명의 예술감독이 기획한 △양방언의 ‘패션 & 퓨쳐’(7월 10일) △나윤선의 ‘애프터 우드 앤 스틸’(7월 10·11일) △원일의 ‘13인의 달아나 밴드’(7월 12일), 그리고 지난 10년간 ‘여우락’을 통해 사랑 받은 아티스트들이 총출동하는 △‘열열,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7월 14일) 등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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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방언은 “2012년 처음 예술감독 제안을 받았을 때는 국악 전공자가 아니라서 두려움이 있었다”며 “‘여우락’ 예술감독의 경험을 통해 국악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됐고 훌륭한 아티스트들도 만나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패션 & 퓨쳐’을 위해 국내외 연주자들과 함께 ‘여우락 드림 오케스트라’를 새로 꾸렸다. 그는 “국악 중에서도 타악이나 선율을 차용하는 작업을 주로 해왔는데 이번에는 서양의 관현악적인 음악을 어떻게 국악기로 표현할 수 있을지를 시도해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원일은 우리 식의 ‘하드 록’ 음악을 선보인다. 소리꾼 이희문을 비롯해 해외서 활동 중인 재즈 보컬리스트 전송이, 피리연주가 박지하, 베이시스트 서영도 등 유명 뮤지션 13명을 모아 ‘달아나 밴드’를 결성했다. 원일은 “이상의 시 ‘오감도’의 첫 구절에서 밴드 이름을 따왔다”며 “‘핫’한 뮤지션들과 함께 우리 음악의 자기진화를 보여줄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나윤선은 2015년 ‘여우락’에서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선보였던 대금연주자 이아람과 플루티스트 죠슬렝 미에니엘의 두 번째 협연 무대를 기획해 선보인다. 음악그룹 나무의 리더이기도 한 이아람은 “2015년 ‘여우락’에서의 경험이 개인 연주자 활동은 음악그룹 나무 활동에도 큰 힘이 됐다”며 “죠슬렝 미에니엘과 함께 2015년 때와는 또 다른 음악적 발전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공연의 대미를 장식할 ‘열열,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에서는 그동안 ‘여우락’에 3회 최다 출연 기록을 세운 그룹 공명과 크로스오버 밴드 두번째달, 한국적 유희와 스카 뮤직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유희스카(연희컴퍼니 유희·킹스턴 루디스카)가 함께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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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회 당시 객석점유율 67%에 불과했던 ‘여우락’은 10년 사이 약 90%의 객석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번 공연도 높은 예매율을 기록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원일은 “‘여우락’은 국내 공연장 중 가장 권위 있고 중심에 있는 국립극장이 제도권 밖에서 음악을 하는 ‘탈중심적 아티스트’를 한 자리에 모은 유일한 페스티벌이라는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철호 국립극장장은 “‘여우락’은 감동을 주는 걸 넘어 예술가들에게 상상력을 불어 넣어주는 축제가 됐다”며 “앞으로도 ‘여우락’이 20주년, 50주년, 나아가 100주년까지 무한히 지속하면서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도록 국립극장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