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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평가에 신메뉴 운명이” 롯데마트, 즉석식품 판 '확' 바꾼다[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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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진 기자I 2026.10.01 11: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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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점 ‘파일럿 키친’서 출시 전 고객 검증
맛·구성부터 적정 가격까지 손님에 물어
보일링 씨푸드 하루 100개 이상…목표 3배
연내 PB 상품 출시…12월께 2호점 확대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바로 만들어 드려요. 10분 정도면 됩니다. 집에 가져가서 드실 거면 냉장 보관했다가 드시면 되고요. 좋은 평가도 꼭 부탁드립니다”

지난달 29일 낮 12시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잠실점 델리(즉석조리식품) 코너. ‘보일링 씨푸드’를 주문하자 검은 모자를 눌러쓴 직원이 이렇게 말했다. 통로 쪽으로 트인 주방에서는 솥마다 김이 피어올랐다. 잠시 뒤 크라프트 종이봉투가 손에 들렸다. 비닐 안에는 홍합과 홍가리비, 오징어, 옥수수, 감자가 붉은 케이준 소스에 버무려져 있었다. 봉투 겉면에는 비닐을 열어 전자레인지에 2~3분 데워 먹으면 더 맛있다는 안내가 찍혀 있었다.

지난 주말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잠실점 ‘파일럿 키친’에서 고객들이 첫 메뉴인 ‘보일링 씨푸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지난 주말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잠실점 ‘파일럿 키친’에서 고객들이 첫 메뉴인 ‘보일링 씨푸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이곳은 롯데마트가 지난 17일 문을 연 ‘파일럿 키친’이다. 정식 출시 전 상품을 매장에서 먼저 팔며 고객 반응을 확인하는 테스트 코너다. 첫 메뉴인 보일링 씨푸드는 해산물과 소시지, 감자 등을 특제 소스에 버무린 미국 남부식 해물찜이다. 2~3인분 ‘시그니처팩’이 2만 3900원, 랍스터를 더한 ‘랍스타팩’이 4만 9900원, 대게까지 넣은 ‘파티팩’이 9만 9900원이다. 옆 쇼케이스에 진열된 새우·전복·가리비 등을 골라 추가할 수도 있다.

직원의 “좋은 평가”는 인사치레가 아니다. 계산대 옆에는 ‘맛있게 드셨나요?’라고 적힌 QR코드 안내판이 서 있다. 찍어보니 맛 만족도와 구매 의향을 묻는 설문이 떴다. 이 메뉴가 간편식·밀키트로 나오면 사겠는지, 2~3인분 기준 적정 가격은 얼마인지를 물었다. 롯데마트는 매장 델리를 간편식 상품화의 첫 관문으로 삼고, 판매가도 손님 반응을 보고 다시 정한다. 지금까지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보일링 씨푸드는 하루 평균 100개 이상 팔리며 목표치의 3배를 넘어섰다.

지나가던 손님들의 관심도 적지 않았다. 점심 장을 보던 중장년 부부들이 매대 앞에 멈춰 서서 메뉴판을 한참 들여다봤다. 시그니처팩을 산 30대 주부 이모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보던 메뉴를 직접 보니 궁금했다”며 “해산물이 들어간 것에 비해 가격이 적당한 것 같다”고 했다.

지난 주말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잠실점 ‘파일럿 키친’에서 직원이 고객에게 ‘보일링 씨푸드’를 건네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지난 주말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잠실점 ‘파일럿 키친’에서 직원이 고객에게 ‘보일링 씨푸드’를 건네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29일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잠실점 ‘파일럿 키친’에서 박연준 FIC팀 책임이 조리를 마친 보일링 씨푸드 봉지를 흔들어 소스를 버무리고 있다. (영상=한전진 기자)
29일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잠실점 ‘파일럿 키친’에서 박연준 FIC팀 책임이 조리를 마친 보일링 씨푸드 봉지를 흔들어 소스를 버무리고 있다. (영상=한전진 기자)
파일럿 키친의 핵심은 상품 개발 순서를 바꾼 데 있다. 그동안 대형마트 델리 신상품은 상품기획자(MD)와 제조 협력사가 레시피를 짜고, 내부 직원이나 소수 평가단의 블라인드 시식을 거쳐 매대에 올랐다. 파일럿 키친은 여기에 ‘실제 손님 평가’라는 관문을 하나 더 넣었다. 메뉴별로 약 3개월간 팔면서 QR과 현장 설문으로 모은 의견을 매달 레시피와 구성에 반영한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1만원 중반대 밀키트로 나오면 좋겠다거나 홈파티 메뉴로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메뉴 개발은 롯데마트가 2020년부터 운영 중인 상품 연구개발(R&D) 조직 푸드이노베이션센터(FIC)가 맡았다. 박연준 FIC팀 책임은 “파일럿 키친은 트렌드를 반영한 메뉴를 고객에게 먼저 선보이고 반응에 따라 보완해 나가는 공간”이라며 “정식 출시 이후 생길 수 있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연말까지 보일링 씨푸드를 운영하면서 밀키트 등 자체브랜드(PB) 상품도 올해 안에 내놓을 계획이다. 12월께에는 파일럿 키친 2호점을 연다.

파일럿 키친은 롯데마트가 이어온 매장 혁신의 연장선에 있다. 롯데마트는 장보기 공간에 체험과 먹거리를 더하는 실험을 꾸준히 해왔다. 롯데마트 수원점은 키즈카페와 패밀리레스토랑을 합친 약 1983㎡(600평) 규모 테마파크를 들인 뒤 올해 1~8월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약 12% 늘었다. 잠실점 와인 전문매장 보틀벙커도 와인 다이닝 공간을 연 뒤 같은 기간 매출이 9.7% 올랐다. 고객이 머무는 매장을 넘어 이제는 고객과 함께 상품을 만드는 공간으로 넓히는 셈이다.

박 책임은 “마트 델리가 초밥이나 치킨에만 국한돼 있는데, 2만~3만원대 요리도 고객이 찾는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고객 반응을 바탕으로 냉동 PB나 델리, 수산 상품으로도 전개해 전 점포에서 선보일 수 있는 시그니처 상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박연준 롯데마트 FIC팀 책임이 29일 서울 송파구 제타플렉스 잠실점 ‘파일럿 키친’에서 ‘보일링 씨푸드’에 들어갈 해산물 등 재료를 익히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박연준 롯데마트 FIC팀 책임이 29일 서울 송파구 제타플렉스 잠실점 ‘파일럿 키친’에서 ‘보일링 씨푸드’에 들어갈 해산물 등 재료를 익히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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