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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해커가 최근 비트코인을 매도해 확보한 자금은 이더리움(ETH)과 솔라나(SOL)를 매입하는 데 사용됐으며, 이후 해당 자산은 크라켄(Kraken), 엘뱅크(LBank), 쿠코인(KuCoin) 등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로 옮겨졌다. 최근 3주간에만 3000만달러 이상을 거래한 것으로 포착됐다. 아캄이 라자루스그룹과 연계된 것으로 파악한 지갑들은 가상자산 추적 전문가 잭XBT(ZachXBT)가 2024년 처음 발견한 주소들이다.
코인데스크는 중앙화 거래소에서 이 자금을 받은 계정의 실제 소유자가 누구인지, 또 해당 거래소들이 자금의 출처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하이퍼리퀴드는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크라켄 관계자는 “컴플라이언스는 우리의 운영 방식에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며 “크라켄은 주요 블록체인 분석업체들과 협력해 온체인 활동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등 업계 최고 수준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통제 시스템은 제재 대상 지갑과 연계된 자산이 우리 플랫폼에 유입되기 전에 식별하고 차단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엘뱅크는 업계 표준 수준의 컴플라이언스 도구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가상자산 산업 자체가 “본질적으로 여러 플랫폼과 블록체인, 관할권을 넘나드는 구조”라는 점도 인정했다. 엘뱅크 대변인은 “따라서 관련 위험은 특정 플랫폼 한 곳에서 발생하거나, 하나의 플랫폼이 독자적으로 식별하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다”며 “이는 업계 전체가 지속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과제”라고 말했다.
쿠코인 관계자는 코인데스크가 확보한 데이터를 먼저 확인하지 않고서는 제재 대상 지갑의 활동 여부를 검증하거나 논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코인데스크는 기사 게재 전 해당 데이터를 쿠코인과 공유하지 않았다. 쿠코인 측은 “공개된 온체인 데이터는 자산의 이동을 보여주지만, 해당 자산이 중앙화 거래소에 도착한 뒤 플랫폼이 취한 컴플라이언스 조치를 완전히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계정 제한, 규제당국 보고, 기타 리스크 통제 조치 등은 계정이나 플랫폼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으며 공개 블록체인 데이터만으로는 확인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라자루스그룹이 하이퍼리퀴드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플랫폼이 미국 제재법 위반 문제로 당국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하이퍼리퀴드를 미국의 규제 금융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백악관 행사에서 마이크 셀릭(Mike Selig)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이 하이퍼리퀴드를 미국으로 들여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를 “완전히 규정을 준수하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을 글로벌 가상자산 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고, 그동안 해외에서 사업해온 기업들을 미국의 규제 감독 아래로 끌어들이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정책 방향과 일치한다.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하이퍼리퀴드랩스(Hyperliquid Labs)는 하이퍼리퀴드 네트워크의 핵심 개발사다. 하이퍼리퀴드를 미국 시장에 편입하려면 파생상품 거래소 규정, 고객 보호, 시장 감시와 관련한 규제를 충족해야 한다. 동시에 이용자가 가상자산 지갑을 통해 직접 거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제재 및 자금세탁방지(AML) 리스크도 해결해야 한다. 마침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크라켄의 모회사 페이워드(Payward)가 하이퍼리퀴드랩스와 무기한 선물(perpetual futures)을 미국 투자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이퍼리퀴드는 만기일 없이 자산 가격에 베팅할 수 있는 파생상품인 무기한 선물 시장에서 가장 지배적인 탈중앙화 거래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기존 거래소와 달리 이용자는 전통적인 증권·선물 계좌를 개설할 필요 없이 자신의 가상자산 지갑을 플랫폼에 직접 연결할 수 있다. 또 계좌를 개설하거나 전통적인 고객신원확인(KYC)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지갑에서 직접 거래할 수 있다.
하이퍼리퀴드의 성장세는 매우 가파르다. 디파이라마(DefiLlama)에 따르면 하이퍼리퀴드의 누적 무기한 선물 거래량은 5조달러를 넘어섰으며 현재 미결제약정(OI)은 약 133억달러에 이른다. 최근 30일간 무기한 선물 거래량은 약 205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같은 성공으로 하이퍼리퀴드는 월가와 미국 규제당국 모두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제프리 스프레처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거래 활동 측면에서 하이퍼리퀴드가 “나스닥보다 크다”고 평가하면서 탈중앙화 무기한 선물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언급했다.
하지만 하이퍼리퀴드의 구조는 규제 측면에서 여러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CME그룹과 ICE는 올해 초 미국 당국에 하이퍼리퀴드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하이퍼리퀴드가 시장조작과 제재 회피에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ME그룹은 현재 CFTC를 상대로 소송도 진행 중이다. CFTC가 미국 거래 플랫폼에서 가상자산 무기한 선물을 제공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려는 움직임을 막기 위한 것이다.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갑이 하이퍼리퀴드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24년 12월 메타마스크(MetaMask) 보안 연구원 테일러 모나한(Taylor Monahan)은 북한 해커들이 통제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지갑들이 적어도 그해 10월부터 하이퍼리퀴드에서 거래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사실이 공개되면서 향후 공격을 앞둔 사전 정찰 활동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하루 만에 하이퍼리퀴드에서 약 2억5000만달러의 순유출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하이퍼리퀴드는 플랫폼이 해킹당한 사실이 없으며 이용자 자금 손실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근 하이퍼리퀴드의 자체 토큰인 HYPE와 연계된 투자상품의 규제 서류에서도 제재 리스크가 명시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예를 들어 HYPE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한 가상자산 운용사 비트와이즈(Bitwise)는 지난 5월 제출한 서류에서 하이퍼리퀴드의 개발자나 운영자가 블록체인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이용자들에게 KYC, 자금세탁방지(AML), 제재 대상 여부 확인을 강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하이퍼리퀴드 네트워크가 잠재적으로 제재 대상자들에게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리스크 요인으로 제시했다.
북한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활동하는 국가 행위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미국 정부는 라자루스그룹과 다른 북한 국가 지원 조직들이 평양 정권과 무기 프로그램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수십억달러 상당의 디지털자산을 탈취하고 세탁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2019년 라자루스그룹을 제재 명단에 올렸으며, 이후 이 조직이 탈취 자금을 이동시키는 데 사용한 가상자산 지갑과 서비스들을 잇달아 특정해왔다.
미 재무부가 제재 대상 개별 지갑뿐 아니라 이들이 자금을 이동시키는 데 사용하는 인프라로 감독 초점을 확대하면서 가상자산 플랫폼 입장에서도 이 문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에 따르면 제재 대상 국가들과 연계된 가상자산 활동은 2025년 급증했다. 러시아와 이란, 북한이 국가 차원의 금융 및 안보 활동에 디지털자산을 점점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제재 대상 기관·주체들이 받은 가상자산의 가치는 한 해 동안 694% 증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