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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홍보기사 좀"…'러시아 보물선 사기 사건' 청탁기자 집행유예

조민정 기자I 2021.12.16 17:06:07

남부지법, 권모 기자에 징역 8월·집유 2년
1000만원 송금…5차례 홍보성 기사 보도
유병기 전 대표 "월간지 대금 명목"…부인
재판부 "액수 적지 않아…부정 청탁 인정"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울릉도 인근에서 침몰한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며 투자사기를 저지른 일당에게 거금을 받고 홍보기사를 작성한 인터넷신문 기자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018년 7월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예정된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관련 미디어 간담회’에 전시된 돈스코이호 모형(사진=이데일리DB)
1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오상용)는 배임수재 및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모(65) 기자에게 지난 3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명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추징금 1000만원도 함께 선고했다.

청탁을 대가로 돈을 건넨 유병기(67·구속) 신일그룹 돈스코이 국제거래소 전 대표에겐 벌금 1000만원을 명했고, 신일그룹 홍보팀장 최모(55)씨는 무죄로 판단했다. 유 전 대표는 사기 혐의로 2018년 7월에 징역 10월을, 2019년 10월에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당시 이들은 돈스코이호에 150조원 규모의 금괴와 금화 등 보물이 있다는 허위 사실로 암호화폐 투자를 유도한 바 있다.

2018년 5월 권 기자는 서울 강서구 돈스코이 국제거래소 사무실에서 유 전 대표를 만나 “신일그룹에서 진행하는 돈스코이호 인양사업에 관한 홍보성 기사를 잘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후 은행 계좌로 현금 1000만원을 송금받았고, 같은 해 7월에도 3000만원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1000만원만 청탁금으로 인정했다.

돈을 건네받은 권 기자는 같은 해 5월부터 7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신일그룹이 150조원 보물선 돈스코이호를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세계 최고의 인양업체인 중국 국영기업 차이나 얀타이 샐비지가 신일그룹의 돈스코이호 인양사업에 참여한다’ 등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채 홍보성 기사를 보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권 기자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1000만원을 수수했다”며 범행을 자백했지만, 유 전 대표는 “당시 월간지 공급 계약에 따라 책값 명목으로 1000만원을 지급해 부정한 청탁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월간지 대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지급한 것이 아니라 홍보성 기사를 써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하고 대가로 제공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언론 보도의 공정성·객관성, 신뢰가 크게 훼손되었을 뿐 아니라 피고인이 수수한 금품의 액수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좋지 못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권씨는 기사 내용의 진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위 인양사업에 관한 홍보성 기사를 게재하는 등 실제로 청탁에 따른 부정한 업무처리를 했다”고 판단했고, “유씨는 법정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며 범행을 부인해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돈스코이호는 1905년 5월 러·일전쟁 당시 일본 해군의 공격을 받고 울릉도 인근에서 침몰된 제정 러시아 발틱함대 소속의 수송선이자 철갑 순양함이다. 침몰 당시 배 안에 지금의 가치로 150조원으로 추정되는 금화와 금괴 약 5000상자(약 200t)가 있었다고 전해지면서, 1916년부터 발굴 탐사 작업이 진행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 동아건설이 매장물 발굴 허가를 받고 울릉근 인근 해저 300~500m까지 탐사했지만 1년 6개월 뒤 철수했다.

돈스코이호(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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