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은 3일(현지시간) 전체 회의를 열고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에 대한 해임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한 결과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가결했다. 대통령과 부통령에 이어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임기 중 축출 당한 것은 미국 의회 역사상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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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은 221 대 212 구도로 공화당이 과반 이상이다. 그런 다수당의 대표 격인 인사가 전광석화처럼 해임 당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례적이다. 이는 매카시 의장이 지난달 30일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 정지)을 막기 위한 45일짜리 임시예산안을 처리한 게 발단이 됐다. 공화당 내 강경파인 매트 게이츠 하원의원은 “매카시 의장이 바이든 정부에 끌려다닌다”며 지난 2일 밤 해임결의안을 발의했고, 공화당 내 투표 참여 의원 218명 중 이탈표 8명에 민주당 의원 전원의 찬성표가 더해지면서 하원의장 해임은 현실이 됐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일인 만큼 모든 게 불확실하다. 매카시 의장은 해임결의안 처리 직후 일찌감치 하원의장직 불출마를 선언했다. 공화당 소속 패트릭 맥헨리 하원 금융위원장(노스캐롤라이나주)이 임시 의장에 올랐고 차기 의장에는 하원 내 공화당 2인자인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 원내대표, 3인자인 톰 에머 원내총무 등이 하마평에 올라 있다. 겉으로 보기에 차기 선출 절차가 이어지고 있는 듯하지만, 그 속내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당장 하원 임시 의장직을 얼마나 오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 자체가 없다. 통상 의장 선출은 2년마다 새로 구성된 하원이 회기를 시작하면서 이뤄졌는데, 여기에 익숙해진 의원들이 얼마나 빨리 차기를 뽑는 작업에 돌입할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다. ‘반란’을 주도한 게이츠 의원은 “오는 11일 의장 선출 투표를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지만, 그 바람대로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만에 하나 의장 공석이 길어질 경우 셧다운 공포가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공화당의 취약한 의석 구조가 확인됐다는 점도 리스크다. 공화당은 당장 다음달 중순 임시예산안 종료에 맞춰 민주당과 본예산 협상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정부 지출 삭감 등 당내 강경파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언제든 또 반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정국 불확실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공화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론이 악화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단합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차기 의장 선출 때도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매카시 의장은 이날 임시예산안 처리 주도 등을 두고 당내 강경파를 겨냥한듯 “정부라는 것은 타협점을 찾도록 설계돼 있다”며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내부 갈등이 작지 않음을 시사한 대목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