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 미제출 노조에 엄정 대응 예고
입법조사처 “勞독립성 침해 안돼…제한적 보고”
행정부, 노조원 회계 알 권리 거듭 강조
강력한 개혁 의지, 작은 허점으로 무너질까 염려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윤석열 정부가 최근 기득권 강성 노동조합과 전쟁을 선포했지만, 일부 정책에선 행정부와 입법부가 미묘하게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다. 대통령실과 고용노동부는 노동 개혁 및 노사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강조하며 회계 장부를 내지 않은 노조를 맹비판하며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하지만 국회 입법조사처는 정부 방침과는 다소 결이 다른 유권해석을 내놓으며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대통령실 안상훈 사회수석 김은혜 홍보수석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노조 회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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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조사처는 지난 21일 ‘노조가 회계연도마다 공표하고, 행정관청에 보고하는 대상인 노조법 제26조, 제27조의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에, 법 제14조에 비치 의무가 있는 서류인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이 당연히 포함되는 것인지 여부’를 묻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노조법 27조의 ‘결산결과 운영상황’에 노조법 14조의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가 당연히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행정관청은 노조의 자주·독립성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노조가 최소한의 민주성을 보장하고 있는지, 해당 법률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는 것이므로, 대상은 그 취지에 부합하는 범위로 ‘제한적이고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조법 14조에서는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작성해 사무소에 비치해야 한다는 점을, 같은 법 26조에서도 노조 대표자가 회계 연도마다 결산 결과를 공표하고 조합원의 요구가 있을시 열람하게 해야 한다고 각각 명시하고 있다. 또 27조에는 ‘노조는 행정관청이 요구하는 경우에는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입법조사처는 행정관청이 노조의 자주·독립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노조가 최소한의 민주성을 보장하고 있는지, 해당 법률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는 것이라는 점에 주안점을 뒀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0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회계장부) 내지는 정부가 열람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저희가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것이 아니고, 핵심은 노조법 14조에 나와 있는 대로 주요한 서류를 비치하고 보존해서 조합원한테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는데, 그것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은 내지를 한 장이라도 붙이면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뭔가 애매하다. 노조 회계장부를 다 까라는 것인지, 일부만 까도 된다는 것인지.
대통령이 강한 개혁 의지를 갖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 의지 뒤에는 보다 더 완벽한 근거가 마련돼 있어야 한다. 작은 허점으로 큰 명분이 무너지는 일은 비일비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