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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김 위원장은 여전히 공개적으로 선대위의 ‘그립’을 쥔 상태다. 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괄상황본부 일원화 체제로 갈 가능성이 있다”며 “빠른 시간 내 후보의 결심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오후에는 서울 여의도 당사를 찾아 선대위 몇몇 인사들과 후속 대책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예정됐던 모든 외부 일정을 취소한 채 장고에 돌입했다. 매일 아침 7시 서울 여의도 당사로 출근해 선대위 관련 보고를 직접 받아왔으나, 이날은 서울 서초구 자택에 머무르며 핵심 참모들과 선대위 쇄신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고강도 개편안은 최근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 국면에서 나왔다. 외견상으로는 정치 신인으로서 메시지 관리에 취약한 윤 후보를 관리하겠다는 의미이나, 후보 주변에서는 ‘상왕’ 노릇을 하려는 김 위원장의 노욕으로 해석하며 불편해하는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작 후보 주변에선 내부 일이다 보니 말을 못하고 있어 내가 실명을 밝히고 이렇게 말한다”며 “윤 후보는 선대위 6개 본부장보다는 ‘윗선’, 즉 이름과 책임이 더 큰 총괄·상임선대위원장들이 일차적으로 사표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윤 후보가 김 위원장의 사의를 바라고 있다는 취지다.
윤 후보 측과 김 위원장 간에 서로 다른 말이 나오면서 결별설이 불거졌다. 이에 선대위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임태희 국민의힘 선대위 총괄상황본부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조직 방향에 대해선 선대위 출범부터 (윤 후보와 김 위원장 사이에) 차이가 있었는데, 순서의 차이”라며 “김 위원장은 예전 선거를 해봤기 때문에 의원들이 중앙 선대위에 많이 속해 있으면 후보의 시간을 빼앗기니 지방에서 많이 현장을 뛰라고 주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하는 사람이 많고 지휘하는 사람이 적은 게 좋은 조직이라고 본다. 실무형으로 개편하자는 것”이라며 “본인이 최종 책임자가 되고, 본부장은 조율 책임자가 되는 실무형 신속개편 시스템”이라고 했다.
이는 선대위 구성 단계에서부터 누적된 복합적 갈등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원래 김 위원장은 이런 직함을 맡았을 때마다 자기 주도적으로 해온 게 매우 큰 특징이었는데 이번엔 그런 모습이 안 보이다가 마지막 수를 갑자기 던진 것”이라며 “마냥 권력 싸움으로만 볼 게 아닌, 선거에 대한 책임도 서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계산도 있고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는 측면도 있고 여러 가지가 물려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윤 후보가 상황을 반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봤다. 그는 “김 위원장이 하자는 방향대로 윤 후보가 하지 않는다면 김 위원장은 과거에도 그랬으니 충분히 그냥 던질 수도 있다”며 “반대로 윤 후보가 김 위원장을 내칠 수도 있으나, 김 위원장을 내치면 여파가 오래갈 것이고 윤 후보가 구심점이 된 선거가 잘 이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당내에서도 현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집단행동이 시작됐다. 중진과 재선 의원들은 이날 당사에서 연이어 긴급 대책회의를 여는 등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이날 중진회의에 참석한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당의 상황을 엄중히 보고 바람직한 수습 방안 마련해야겠다는 의견을 함께 했다”며 “우리 후보를 중심으로 단합해서 해야 하며, 당과 선대위 쇄신 방안에 대해 후보 의견 존중한다는 의원총회의 결론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