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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두 정상이 90분간의 통화 후 두 정상이 “에너지·인프라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두 지도자는 평화를 향한 움직임이 에너지·인프라 휴전과 흑해 해상 휴전, 완전한 휴전 및 영구적인 평화를 이행하기 위한 기술적인 협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며 “이 같은 협상은 중동에서 즉시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오는 23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 후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는 매우 좋고 생산적이었다”며 “우리는 에너지와 인프라에 대한 즉각적인 휴전에 합의했다. 완전한 휴전을 위해 신속하게 노력하고 궁극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간의 이 끔찍한 전쟁을 종식하기로 했다”고 글을 올렸다.
크렘링궁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30일간 에너지 및 인프라 시설에 대한 공격을 서로 중단할 것을 제안했고, 푸틴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즉시 군에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 중단 명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일단 에너지·인프라 분야의 휴전에 합의하면서 평화협정을 위한 첫발을 떼긴 했지만, 이 같은 합의가 러시아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합의에서 전쟁을 끝내기 위한 기존의 강경한 조건을 그대로 유지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정보 지원 중단과 우크라이나의 신병 모집 중단을 요구했다.
이는 사실상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역량을 약화시키겠다는 전략으로,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재침공을 우려하는 유럽에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이 극단적 목표에 대해 타협할 의지가 있다는 징후는 없었다”며 “그의 목표는 사실상 독립 국가로서 우크라이나의 존립을 끝내고, 옛 철의 장막 동쪽으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 대부분을 되돌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협상 타결을 서두르면서 우크라이나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희생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은 푸틴이 종전을 타결하려는 미국의 이익을 지렛대 삼아 우크라이나를 약화시키거나 유럽의 미래 안보를 위협하는 추가 요구를 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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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미국이 제안한 전면 휴전을 사실상 거부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을 장기화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해 전 세계가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처음에는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 중단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몇 시간 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 인프라를 겨냥해 40대 이상의 드론을 발사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러시아의 정교한 야간 공격이 우리 에너지 시스템과 우리 기반 시설과 우크라이나인의 평범한 일상을 파괴했다”면서 “오늘 푸틴은 사실상 전면 휴전 제안을 거부했다. 전쟁을 질질 끌려는 푸틴의 시도에 맞서 세계는 이를 거부하는 것이 옳다”고 촉구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중단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서도 강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없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대화하는 건 어떤 결과도 가져올 수 없다”면서 “우리의 파트너들은 (러시아가 요구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중단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며 지원이 계속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유럽 주요국들도 러시아에 전면 휴전을 촉구하며 지속적인 평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동시에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