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양 전 대법원장의 숙원 사업이던 상고법원설치를 위해 당시 박근혜 정부에서 민감하게 생각하던 △일제 강제징용 사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처분 사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등에 대해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헌법재판소를 견제하겠다는 명분으로 헌재 파견 법관을 정보원으로 이용해 동향을 파악하고 심의관을 통해 헌재소장을 비난하는 기사를 대필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또 상고법원 정책 도입을 반대하는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법원 내 학술모임을 와해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실제로 시행한 혐의를 받는다. 자신의 뜻에 반하는 판사들에 대해 ‘물의 야기 법관’이라는 낙인을 찍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이외에도 현금성 예산을 받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 조직을 만들어 국가 예산을 허위 명목으로 사용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특별재판소 설치가 논의될 정도로 우리나라 사법제도 신뢰를 처참히 무너뜨렸다”며 “이번 재판의 판결로 법관과 재판의 독립은 임 전 차장이 면죄부 논리로 내세우는 방탄막이 아닌 헌법과 사법부에 대한 신뢰에 가장 기초되는 이념이라는 게 확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검찰의 주장에 임 전 차장은 ‘신기루 같은 허상’이라고 반박했다. 임 전 차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가장 소중하고 모든 것이었던 사법부가 최근 10여 년 동안 사법부의 비극이자 잔혹사라고 평가될 정도로 심각한 상처를 입어 무한한 결과적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존재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사법부 블랙리스트 및 재판거래를 사법농단이라는 프레임 하에 기정사실임을 전제로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주장하는 ‘사법농단’ 의혹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가상 상황과 상정 가능한 복수 시나리오 및 대응 방안에 대한 선제적 검토라는 게 임 전 차장의 주장이다. 그는 “공소장 곳곳에 난무하는 신기루와 같은 허상과 과도한 상상력에 기인한 주관적 추단보다는, 엄격한 형사법상의 증거법칙에 따라 증명되는 사안의 실체를 파악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판결을 내려달라”고 강조했다.
임 전 차장은 2018년 11월 재판에 넘겨진 이후 5년 만에 재판 과정을 마쳤다. 재판부는 내년 2월 5일 선고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