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교통대란]②“차 버리고 걸어간다” 시민 분통…제설작업 늦어진 이유는

김기덕 기자I 2021.01.07 15:01:01

폭설로 도로마비로 출퇴근 시민 불만 ‘폭주’
사전 제설 작업에도 많은 눈 내려 도로 마비돼
2만4000명·7551t 제설제 투입에도 못 막아
늦장 대처로 예고된 인재…“내 세금 어디 쓰이냐”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폭설로 출근길 교통대란이 우려되는 가운데 7일 오전 서울 강변북로를 지나는 차량들이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6일 저녁부터 내린 폭설 영향으로 서울에는 7일 아침에도 출근길 대란 등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눈은 북부발 한파와 폭설이 사전에 예고됐다는 점에서 명백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밤새 내린 눈이 얼어붙어 미끄러운 도로에서는 사고와 사건이 잇따랐다.

서울시와 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저녁부터 내린 폭설로 교통사고 등이 잇따르며 경찰청에 교통사고 등 피해 신고 접수가 잇따랐다. 아직 정확한 신고 건수는 집계되지 않았다.

전날 서울시와 자치구들의 제설작업이 늦어지면서 일부 도로에서는 사고가 잇따랐다. 전날 오후 9시 께 강남구 논현동의 한 도로에서는 승용차가 멈춰 서 있던 시내버스를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버스는 사고 1시간여 전부터 쌓인 눈으로 운행이 어려워지자 승객들을 모두 내리게 해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대부분 시민들은 저녁 귀갓길에 버스 등 대중교통이 마비돼 퇴근길 시간이 평소에 비해 2~3배 이상 걸렸다. 또 막혀버린 도로에 꼼짝없이 갇혀 본인 차량에 2~3시간씩 앉아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서울 성동구 거주하는 40대 남성은 “한남대교 남단 부근 도로에 차가 미끄러져 버스와 자가용이 멈춰서 있었는데 제설 차량이나 교통 경찰관 한 명이 보이지 않아 1시간 넘게 주차된 것 마냥 서 있었다. 결국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버스를 밀었다”며 “세금을 내는데 도대체 어디로 쓰이는지 모르겠다”며 불평을 쏟아냈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또 다른 시민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차량을 놓고 한강대교를 넘어서 집까지 걸어갔다”며 “도로가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도로가 결빙돼 버스가 미끌어지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버스를 밀고 있다.(사진=독자 제공)
전날 저녁부터 7일 새벽까지 서울에는 최대 13.7cm(서초구)의 눈이 내렸다. 한 시간당 7cm의 폭설로 인해 시는 제설대책 2단계로 상향하고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이날 본인의 SNS를 통해 “예기치 않은 눈 폭탄으로 어젯밤 양재역에서 이수역까지 승용차로 4시간이 걸렸다고 들었다. 특히 후륜 구동차가 뒤로 밀리는 바람에 지옥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고 한다”면서 “초동 제설 준비작업을 마쳤지만 적절 예상량을 뛰어넘는 눈 폭탄이 내려 염화칼슘이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밤을 새워 제설작업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시도 전날 전역 한파 경보를 발표하고 24시간 상황실을 운영 중이다. 서울시가 한파경보를 내린 것은 2018년 1월 23일 이후 3년 만이다. 시는 제설작업을 위해 2만4000여명의 인원을 투입했으며, 총 815대의 장비와 7551t(8t트럭 944대 분량)의 제설제를 투입하는 등 피해 최소화를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시는 또 6일 저녁 버스·지하철 집중배차시간을 9시에 9시30분으로 연장하고 지하철도 36회 증회했다. 7일부터 8일까지는 대중교통 출퇴근 집중배차시간을 30분 연장 운행(출근 오전 7시~오전 9시 30분·퇴근 오후 6시~오후 8시 30분) 할 예정이다. 퇴근시간대는 비상대기 전동차 7편성 추가 투입을 포함해 27회 늘려 운행할 예정이다.

서울시 도시교통실 관계자는 “짧은 시간에 집중된 폭설과 교통상황이 맞물리면서 제설작업에 한계가 부딪혀 많은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며 “이면도록, 결빙도로 등 신속한 제설 작업으로 더 이상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파에 폭설까지 겹친 7일 오전 서울 중구 봉래동 서울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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